자본은 노동의 친구·자본가에 상속세 부과는 노동자 손해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지난 16일 “자본에 대해 올바르게 알자”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자유경제원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시장경제에 대한 그릇된 통념을 깨뜨리기 위한 연중·연속토론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날은 자본에 관한 2차 토론회의 자리다.

토론자로 참석한 자유경제원 곽은경 시장경제실장은 “자본가들의 상속이 나쁘다는 것은 오해"라고 주장하는 등 '자본에 대한 7가지 오해'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곽 실장은 "자본가에게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은 노동자들에게도 손해다. 상속세를 내면 자본의 규모가 줄어드니 열심히 일해서 자본을 축적할 유인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자본의 양이 클수록 생산과 공급도 풍부해지고 노동에 대한 수요도 많아져 임금도 올라가게 되는데 상속세는 이것을 방해한다”라고 말했다.

아래는 곽은경 실장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경제학 박사

1. ‘자본가는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오해

자본은 노동의 적이며, 노동을 착취한다는 오해는 마르크스의 노동가치설에서부터 시작한다.

재화의 가치가 투입한 노동의 양으로 결정된다는 노동가치설은 자본가들이 이자와 이윤을 이유로 노동자의 몫을 착취한다고 본다. 그러나 재화의 가치는 투입된 노동이 아닌 소비자의 효용에 의해 결정된다. 동일한 두 시간의 노동이라도 소비자 입장에서 일류 셰프가 만든 요리와 중 학생이 만든 요리의 질은 다를 수밖에 없다.

마르크스는 자본이 노동자의 몫을 착취하여 그 몸집을 불리고, 이러한 자본의 과잉투자는 기업의 몰락과 더불어 자본주의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런데 마르크스의 자본론 1권이 발간된 1867년으로부터 150여년이 지난 지금, 기업이 사라지거나 자본주의가 몰락하지도 심지어 노동자가 착취 끝에 굶주리는 일도 없다. 끊임없이 투자된 자본은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있다. 자본이야말로 노동의 친구이다.

2. ‘돈이 돈을 낳는다’는 오해

돈을 벌려면 돈이 필요하므로, 돈이 많은 사람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이는 돈 많은 사람이 돈 없는 사람의 것을 빼앗아간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러한 오해는 고대 그리스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돈은 돈을 낳지 못한다. 이자가 돈 그 자체에서 나오는 고리대금업은 혐오스럽다”고 했고, ‘돈이 돈을 낳는다’는 문구를 처음 사용한 셰익스피어는 <베니스의 상인>에서 “돈이 빠르게 새끼를 친다”고 말하는 유대인을 비아냥댔다.

돈이 돈을 버는 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이자와 이윤이다. 이자는 기다림에 대한 대가이며 이윤은 정확한 예측으로 알맞은 곳에 자본을 투입한 기업가 정신에 대한 대가이다. 연예계에는 유명한 ‘마이너스의 손’이 많다.

개그맨 이봉원, 지석진 등은 큰 자본을 갖고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이들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능력은 있으나 워렌 버핏처럼 자본을 투자하는 데에는 소질이 없었다. 돈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만족을 높인 사람이 돈을 번다.

3. ‘자본은 소수가 독점한다’는 오해

자본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소수의 부자가 모든 돈을 다 가져가 점점 부유해진다고 주장한다.

소득이동성에 대한 연구 결과는 많다. 일례로 2007년 미국 정부의 연구에 따르면, 1996년 소득 상위 1%였던 사람들의 소득은 2005년에 절반으로 줄었다. 재산을 모으는 것만큼이나 지키는 것도 어려운 일이므로 소수가 자본을 계속해서 독점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오늘날의 사회에서 모든 개인이 자본가와 동일한 역할을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예금, 주식, 보험금, 자원, 지식, 경험, 기술, 노하우 등을 자본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자본은 특정 집단만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이미 자본가이며 기업가이다.

4. ‘자본은 인간을 타락시킨다’는 오해

뮤지컬 <평양 마리아>의 여주인공 리화는 ‘남한의 퇴폐적인 음악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반동분자로 몰려 신의주 노동단련대로 추방되면서 온갖 역경을 겪는다. 실제 북한 당국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남한 노래와 제품이 유행하자, 이를 ‘타락한 자본주의’라고 비판하며 주민들을 억압하고 있다.

2014년 말,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근본적 원인을 ‘자본주의의 폐단’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돈’을 최고의 가치로 두었기 때문에 경제적 약자를 함부로 대하는 타락한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또 자본의 탐욕과 부패 때문에 1920년대 대공황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 흔히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은 개인이 노력한 결과가 아니라는 이유로 부당한 존재로 취급 받는다. 이러한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상속세를 부과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상속에 고율의 세금을 매기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자본의 투자를 줄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진=연합뉴스TV 캡쳐

자본주의는 결코 돈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 시스템이 아니다. 자본주의의 본질은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하고 이를 보장하는 사회, 즉 자유주의 이념이 실현되는 사회에 있다. 자본주의가 도입된 이후, 과거 특권 계층만이 누렸던 고급문화를 누구든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자유의지와 노력에 따라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게 되었다. 자본주의로 인해 경제적 풍요와 질 높은 삶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자본주의는 도덕적이고 정의롭다.

5. ‘상속은 부당하다’는 오해

흔히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은 개인이 노력한 결과가 아니라는 이유로 부당한 존재로 취급 받는다. 이러한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상속세를 부과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상속에 고율의 세금을 매기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자본의 투자를 줄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 자본을 팔거나 쪼개는 경우 자본의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세금 때문에 자식들에게 돌아갈 양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열심히 일해서 자본을 축적할 유인도 줄어든다.

이는 상속을 받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에게도 손해다. 노동자들은 노동을 팔고 상품을 사는 역할을 한다. 상속하는 과정에서 자본이 살아남아 투자된 양이 클수록 생산품이 늘어나 공급이 풍부해지고, 가격은 낮아지게 된다. 또 노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임금도 올라간다. 이러한 측면에서 상속은 인간의 본성에 부합하는 아름다운 사회적 행위다.

6. ‘투기는 나쁘고 투자는 좋은 것이다’라는 오해

도덕적인 잣대로 투기는 무조건 나쁘고 투자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투기를 하면 ‘투기꾼’, 투자를 하면 ‘투자자’가 된다. 경제학 교과서에서도 투기와 투자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기간이 길고 합리적이면 투자, 비교적 단기간이고 위험부담이 크면 투기라고 구분하기도 한다.

그런데 단기 시세차익만 노린 경우를 모두 투기라고 보기 어렵다. 주식의 경우 창업자를 제외한 모든 투자자들이 투기를 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라는 설명이 가장 설득력 있어 보인다.

투기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투기가 긍정적 효과를 내는 경우도 많았다. 미국의 골드러시 때문에 서부의 황무지가 빠른 기간 안에 개척되었고, 튤립 투기 덕에 네덜란드가 화훼산업의 종주국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돈이 몰리는 곳에 아이디어가 생겨나고 기술이 발전하며, 경제발전을 이끈다. 이는 자본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7. ‘착한 자본이 있다’는 오해

그라민 은행과 같은 사회적 기업을 두고 ‘착한 자본’이라고 한다. 그라민 은행은 가난한 사람과 여성에게 소액 대출을 해주며 이들의 소득활동을 돕는 시스템으로, 사회주의의 이상을 자유주의 시장경제에 적용한 사례이다.

하지만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그라민 은행 시스템에는 한계가 있다. 빈곤층은 기업가 정신이나 경영능력이 부재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게다가 빈곤층이 고용되기보다 자영업을 하도록 부추겼기 때문에, 모든 자영업자들의 매출과 수익을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빈곤은 줄어들지 않았으며, 방글라데시는 여전히 세계적인 빈곤국가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 그라민 은행은 일반적인 은행보다 이율이 매우 높다. 이는 자본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시장 시스템에 반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결국 ‘착한 자본’이란 없다.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