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최근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원들과의 소통에 주력하고 있다. CEO가 먼저 다가가는 적극적인 스킨십으로 불안정한 금융시장의 돌파구를 찾자는 의미다.

시중은행 CEO들은 7월 들어 부쩍 직원들과의 잦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합병관련 문제로, 수익감소 우려로 동요하는 직원들의 마음을 다잡고, CEO의 경영철학과 비전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를 속속 마련하고 있다.

   
▲ NH농협금융지주 김용환 회장(가운데)이 16일 현장소통경영으로 농협은행 인천옹진군지부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 사진=NH농협금융지주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16일 인천지역을 방문했다. 지난달 11일 농협은행 가락시장지점과 서울영업본부 방문에 이어 직원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4월 취임 이후 사내게시판에 ‘CEO와의 대화방’을 개설하는 등 직원에게 먼저 손 내미는 CEO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 회장은 인천지역 방문 후 “세종대왕은 말만 그치지 않고 일을 이뤄 낸 탁월한 리더였다”며 “설득하고 실행에 옮기고 확인하는 일을 멈추지 않은 세종처럼 정보와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소통채널로 직원들의 소중한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KB손해보험 출범 후 젊은 직원들과 만나 격려하는 자리를 가졌다. 윤 회장은 13일 KB손보의 의사소통 채널인 주니어보드 멤버와 새롭게 그룹 기자단으로 선발된 직원 35명과 만나 질의응답 및 화합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윤 회장은 직원들의 자리를 돌며 현장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듣고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한 직원은 “새로운 그룹에 속하게 되어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오늘 이 시간을 통해 새 출발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고, 소탈하고 진솔하게 소통하는 CEO의 모습에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 지난 13일 오후 KB손해보험 본사 사옥에서 진행된「그룹 CEO와의 대화」행사에 참여한 윤종규 회장(앞줄 가운데)과 KB손해보험 직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사진=KB금융그룹

조기통합을 확정한 하나금융그룹은 현장소통 효과를 톡톡히 봤다. 노조와의 조기통합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6일부터 사흘간 대구·경북, 부산·울산, 경인본부 등을 돌며 토크콘서트 형식의 대화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통합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의 공도 상당했다. 김 행장도 6일부터 사흘간 외환은행 직원들과 만나 협상과정을 설명하고 조기통합의 당위성을 설득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외환은행 내부 인트라넷에 조기통합을 지지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아울러 김 행장은 협상 막판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자택을 수 차례 방문하는 등 마지막까지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최근 여성 직원들을 만나 지원을 약속했다. 조 행장은 14일 여성리더 51명이 참석한 ‘CEO와 여성리더가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간담회를 개최했다.

조 행장은 “여성 인재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더 크게 활약할 수 있도록, 열정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하고 역량 개발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여성인력들이 자산관리뿐 아니라 기업, CIB, 글로벌 등 다양한 역량을 갖춰 후배 여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현장에서 만난 직원들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금리, 가계부채, 메르스 사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증가 등으로 수익성 악화와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CEO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직원들의 동요를 막고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시장악화로 위기감이 늘어나는 만큼 직원들은 애사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CEO가 직원들과 자주 스킨십하며 소통하는 리더십을 보여줌으로써 내부적으로는 안정감을, 대외적으로는 신뢰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