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추가경정예산안 심의를 위해 17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에서 추경안 논의가 아닌 국가정보원 해킹 프로그램 구입과 관련한 공방이 오고갔다.

회의에 출석한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야당 의원들이 해킹 의혹 공세를 쏟아내면서 예결위 회의는 흡사 대정부 질문과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추경안 통과를 위해) 정부가 야당을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한다”고 촉구한 당일이다.

   
▲황교안 국무총리(왼쪽)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16일부터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경 예산안과 관련해 설명하기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사진=홍정수 미디어펜 기자

이날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정원이 ‘걱정원’이 된지 오래”라면서 “해킹 프로그램 구입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황 총리는 “(국정원이 구입한 해킹 프로그램이) 감청장비인지 아닌지 확인하지 않아 답변드리기 어렵다”면서 “검찰이 살펴보겠다고 했으니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그렇게 확인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를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고 답했다.

이에 박 의원은 “이렇게 빨리 (의혹을) 진화하는 총리를 본 적이 없다”고 비난했고 황 총리는 “(저에 대한) 평가보다 질문을 해 주시길 바란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추경안과 상관 없는 박 의원의 추궁에 대해 “여기는 분명히 추경 심의 장소”라면서 "거기에 중점을 두고 논의해야지, 정치공세용으로 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배재정 새민련 의원도 황 총리에게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민간인 대상 도·감청을 벌인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던졌다.

황 총리는 “우리 국가시스템이 시민을 사찰하는 그런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가 2005년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로서 근무하면서 국정원·안기부 도청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경험을 들었다.

그는 “(당시) 전반적으로 우리나라가 함부로 도청되는 사회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런 결과들이 (지금의) 정부 시스템에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황 총리는 “어떤 국가기관이든 불법 도청을 한다든지 불법 행위를 하면 상응하는 처벌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정성호 새민련 의원이 황 총리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을 알고 있느냐"고 묻는 등 추경안과 관계없는 질의가 끊이지 않았다.

예결위는 이날까지 전체회의를 마치고 20~21일 소위원회의 세부적인 검토를 거쳐 23~24일 전체회의에서 추경안 의결을 시도하기로 돼 있다.

정부여당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와 가뭄으로 인한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11조8000억원의 추경안 정부원안을 일정대로 통과시키길 촉구해왔으나 야당은 5조6000억원의 세입경정예산의 전액 삭감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이날 예결위에 출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그동안 야당이 요구해온 법인세 인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정부여당과 야당의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