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정책…정유사, '울며 겨자 먹기' 출혈경쟁

[미디어펜=백지현 기자]“글쎄요...그게 축하받을 일인가요.”

알뜰주유소 사업권을 따내고도 예전같이 마냥 기쁠 수만은 없을 것이란 게 정유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국제 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알뜰주유소 정책은 저유가 상황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 18일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에 따르면, 올해 알뜰주유소 입찰 결과 정유사가 직접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1부 시장에서 중부권은 현대오일뱅크가, 남부권은 GS칼텍스가 유류 공급사로 선정됐다./연합뉴스

18일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에 따르면, 올해 알뜰주유소 입찰 결과 정유사가 직접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1부 시장에서 중부권은 현대오일뱅크가, 남부권은 GS칼텍스가 유류 공급사로 선정됐다.

2부 시장의 경우 휘발유는 한화토탈이 유일하게 입찰에 참가했지만, ‘최저가 경쟁입찰’ 조건에 미달돼 유찰됐다.

알뜰주유소 사업자로 선정된 이들 업체들은 오는 9월 1일부터 2017년 8월 31일까지 향후 2년간 알뜰주유소에 직접 보통휘발유와 자동차용 경유 등유 등을 공급하게 된다.

알뜰주유소는 도입 초기 유가안정에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140달러까지 치솟던 국제유가가 50달러 안팎까지 떨어지면서 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 기름값이 별반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따르면,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알뜰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559원이다. 같은 구에 있는 한 브랜드 정유사의 휘발유 가격은 ℓ당 1522원으로 오히려 알뜰주유소보다 37원이 저렴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도 발품을 팔아 굳이 알뜰주유소를 찾아다닐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알뜰주유소를 바라보는 정유사들의 속내는 더욱 복잡하다. 겨우 손해를 보지 않으면 다행인 사업성을 놓고 따지면 포기하고 싶지만, 시장 점유율 생각하면 쉽사리 포기하기도 힘들다.

알뜰주유소는 전국 1100여개에 달하며, 이는 전체 주유소의 10%에 해당한다. 사업성을 기대할 수 없지만 안정적인 공급처를 생각하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라도 알뜰주유소 사업권을 따내야 한다.

업계의 관계자는 “유가가 최고치에 달했을 때 만든 알뜰주유소는 지금같이 저유가 상황에서는 원가절감의 여지가 크지 않다”며 “정부가 실효성 없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통에 정유사들은 사업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출혈경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