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 특허 침해 소송에 삼성디스플레이, 글로벌 소송으로 맞불
LCD 이어 OLED 시장 노리는 중국…한국도 전방위적 지원 필요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BOE의 기술 침해에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 가운데 한‧중 간 디스플레이 패권 다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BOE의 싸움은 미국 본토에서 시작됐다. 미국 아이폰 사설 수리 업체들이 아이폰12 화면 패널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정품 패널이 아닌 중국산 가짜 제품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이를 인지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5월 BOE에 특허 침해에 대한 항의 서한을 보냈고, 같은 해 12월에는 미국 부품 도매 업체 12곳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특허를 침해한 부품과 패널을 사용하지 않게 해 달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후 BOE는 돌연 삼성디스플레이가 자신들의 OLED 패널 기술을 베꼈다고 주장하며 지난 5월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 동부 지방법원에 BOE를 상대로 스마트폰용 OLED 특허 침해 소송을 내며 맞불을 놨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특허를 침해당했다고 언급한 기술은 아이폰12 이후 사용된 모든 아이폰 제품의 OLED 디스플레이 특허 4종이다. 

침해된 기술 4종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핵심 특허인 ‘다이아몬드 픽셀’도 포함됐다. 앞서 BOE는 디스플레이학회나 전시회에서 이것이 자신들의 기술이라며 홍보하기도 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7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BOE를 겨냥해 “당사 경쟁력의 근간인 지적 자산에 대한 도용 및 침해 행위가 늘어나고 있다”며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법적 제재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모기업인 삼성전자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현재 BOE와 거래 중인 TV용 LCD 거래 물량을 줄이기 위해 LG디스플레이를 포함해 일본 샤프, 대만 AUO 등과 교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디스플레이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양국의 경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다른 산업과 비교해 주도권 변화가 역동적인 디스플레이 시장은 초기 미국에서 일본으로 패권이 넘어간 바 있다. 이후 한국과 대만으로 넘어온 디스플레이 주도권은 가까운 미래에 중국으로 이전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실제로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한국이 지난 2004년부터 17년 간 지켜온 세계 LCD 시장 1위 자리를 꿰찬 바 있다. 

이후 지난 2021년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어준 한국은 LCD 시장을 정리하고 OLED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게 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LCD 생산을 중단했고,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2월 경기 파주 공장의 LCD TV 패널 생산을 종료하고,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만 소량을 생산 중이다.

다행히 한국은 프리미엄 기술인 OLED 분야에서는 지난해 세계 시장 71%(중국 28%)를 기록하며 여전히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OLED 분야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며 호시탐탐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선제적 투자를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를 필두로 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향후 5년 간 65조 원 이상을 국내에 투자하기로 약속했고, 정부는 세액공제 확대, 특화단지 지정, 규제 해소, 1조 원 이상의 R&D 자금 투입 등 제도적 지원으로 기업의 투자에 화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BOE의 소송전은 결국 OLED 디스플레이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한 싸움”이라며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BOE에 맞서기 위해서는 한국 역시 정부의 전방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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