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사, 원칙 중시 박근혜 정부…역차별 바로 잡아야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광복절 사면…원칙 중시하는 박근혜 정부

박근혜 정부의 광복절 사면을 앞두고 설왕설래가 오고 가고 있다.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 기업에 비판적인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부패 기업인의 특별사면은 안 된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자유경제원과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친시장 자유주의 단체는 기업인 사면의 정당성과 역차별, 사면의 폭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현재 형이 확정되지 않은 CJ그룹 이재현 회장을 포함하여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 부회장 형제, 한화 김승연 회장, LIG 그룹 구자원 회장과 장남인 구본상 전 부회장 등이 광복절 사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가 국민정서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 기업인 사면을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기업인 사면의 폭과 깊이가 어디까지 갈 것이냐가 세간의 관심을 자아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사면을 한 차례 했다. 2014년 1월의 일이다. 이번 2015년 광복절 사면이 두 번째다. 이는 과거 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수치다. 노무현 정부는 8번, 이명박 정부는 7번 사면을 단행했다. 남발할 필요 없는 ‘사면’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원칙을 중시하는 박근혜 정부의 특징이 엿보인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이란 두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기업인 사면이 긍정적인 이유

2014년 초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재빠른 투자 결정과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가의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사례는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에 있어서 기업인의 사면이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요인이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김승연 회장은 이번 사면의 대상자이기도 하다.

김승연 회장이 경영복귀한 이후 한화그룹은 공격적 투자의 일환으로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을 인수하는 등 1997년 IMF 사태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을 성사시켰다. 최근에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상생성장을 모토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의 면세점 유치에 성공하는 등 내수시장에서의 행보를 넓혀가고 있는 한화다.

   
▲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라며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서 사면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사면을 한 차례 했다. 이는 과거 정부(노무현 8번, 이명박 7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수치다. 원칙을 중시하는 박근혜 정부의 특징이 엿보인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지금의 한화 김승연 회장뿐만 아니다. 과거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나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경우도 사면 이후로 전사적인 차원에서의 그룹경영 쇄신과 대대적인 투자결정을 통해 그룹의 위신과 경영 역량을 일거에 바꾸었다. 현재 삼성과 현대차는 이러한 오너 리더쉽의 결과로 글로벌 시장의 선두에 자리매김해 있다. 모두 다 기업가정신의 긍정적인 사례다.

고무줄 잣대로 역차별 받는 기업인

사람들이 흔히들 오해하는 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선입견이다. 이는 편견에 불과하다. 오히려 현재의 기업은 역차별을 받고 있으며 이는 대기업일수록 더하다. 일반인들도 일정 형기가 지나면 가석방을 검토하는 것이 관행인데, 대한민국 기업의 현실은 유전유죄를 넘어서서 유전중죄(有錢重罪)이다.

일각에서는 영미 몇몇 선진국에서 일어나는 노블레스 오블리쥬 사례를 들어가며 대기업 총수 등 기업가를 더욱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기업들이 감당하고 있는 조세의 비중과 고용인원, 연간 사회공헌 활동 및 금액에 대한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처사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들은 이미 사회공헌 재원과 역량에 있어서 기대 이상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재계는 일반인과 동일한 사법적 잣대를 적용하기 만을 바란다. 하지만 고무줄 잣대나 다름없는 배임죄 문제는 대기업 및 중견기업 오너들의 발목을 붙잡는 양날의 검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일반인이 집행유예로 풀려날 사안도 기업인이라면 법정에서 엄벌주의로 다루는 등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 재벌 총수가 기업의 자산을 싸게 팔든 비싸게 팔든 배임죄로 걸린다. 부실계열사를 지원해 살려내어도 뒤늦게 배임죄 처벌을 받는다.

억울한 과잉입법으로 고통 받는 개인

50억 원 이상은 가중 처벌 대상이 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이로 인해 오너뿐 아니라 우리나라 대기업 경영진 모두가 365일 매일 마다 잠정적인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한국에서 대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옥살이’라는 리스크를 짊어진 셈이다.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이번 면세점 사업 확정을 계기로 63빌딩에 300억 등 총 2000억 원을 투자한다. 김승연 회장의 ‘통큰 베팅’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사례도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에 있어서 기업인의 사면이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요인이다.

횡령이나 탈세에 대해서는 분명한 법 집행이 필요하지만, 재판부의 주관적인 가치 판단이 개입되는 배임죄는 작위적이다. 피해자가 누구인지 분명치 않기도 하다. 다른 모든 나라에서 민사로 해결될 문제가 우리나라에서는 형사처벌로 끝을 맺는데, 이는 결국 과잉입법이다. 현재 기업인 사면으로 거론되는 이들 모두, 이러한 과잉입법으로 형을 살게 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계열사를 구하기 위하거나 기업 구조조정이 배임죄로 형사처벌된 경우다.

기업인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손주가 귀해 가족 손자 손녀에 전전긍긍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며, 그들도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한 인간이다. 억울하게 기소되어 판결 받았다고 생각하면, 만기출소하게 된 후 그들은 누구에게도 빚진 것이 없게 된다. 기업가로서의 미련과 열정은 커녕 개인의 의지가 남아있을 지 의문이다. 일반국민들이 지니고 있는 반기업정서는 일종의 ‘떼법’이다. 떼법에 좌지우지되어선 안 된다. 박근혜 정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기업인에 대한 역차별과 그들의 개인적인 고통을 직시해야 한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