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상온 작동 초전도체 물질 개발"
과학계 "예단 일러…면밀한 검증 거쳐야"
개발되면 저항 줄여 에너지 효율 극대화 가능
[미디어펜=조성준 기자]꿈의 물질 '상온 초전도체' 실현 가능성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미래 에너지 효율 혁신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국내 민간 연구기관 한 연구원이 상온에서도 작동하는 초전도체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고 밝힌 데 이어 미국의 한 연구기관도 광범위한 온도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 초기 기술 특허를 받으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국내 연구진 "상온 초전도체 발명" 주장

2일 과학계에 따르면 국내 연구기관인 퀀텀에너지연구소 한 연구진은 지난달 22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상온 초전도체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납과 구리, 인회석을 이용해 ‘LK-99’라는 새로운 물질을 만들었고, 이 물질은 임계온도 127℃ 이하의 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발표가 사실이면 이는 세계 최초에 해당한다. 그동안 특정 온도가 아닌 상온에서 구현 가능한 초전도체는 개발이 어려운 것으로 인식됐던 터라 세계 과학계는 사실검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전기차 배터리 플랫폼 모형 이미지(기사 본문은 사진 및 출처와 무관함)./사진=두산 제공


상온 초전도체는 그간 과학계의 주요 과제 중 하나였다. 초전도체는 말 그대로 전기가 아주 잘 통하는 물질이다. 자기장을 받으면 물질을 공중에 띄울 수 있어 마찰면을 줄일 수 있고, 이는 전기 저항을 크게 줄여 전기 전달 효율을 극대화한다.

이를 활용한 전력 케이블은 일반 케이블보다 전력손실을 10% 이하로 줄이고 송전 용량을 5배 이상 높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논문이 이론 정합성, 실증, 교차검증, 3자 검증 등의 단계를 거치지 않아 일단 주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미국서 연구 활발…가능성 확인한 수준

과학계에서는 이번 발표를 계기로 초전도체 개발에 뛰어드는 시도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개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초전도체 개발 시도는 지금까지 미국에서 주로 진행됐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양자기술 전문 기업 타즈퀀텀(Taj Quantum)도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특허상표청(USPTO)으로부터 상온 유형 제2종 초전도체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타즈퀀텀은 제2종 초전도체가 영하 73부터 영상 150도까지 실온보다 훨씬 높은 광범위한 온도에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업체의 개발 선언 역시 다양한 검증 작업이 수행된 후에야 실제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도 초전도체 개발 시도는 있었다. 로체스터대 연구팀은 2020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상온 초전도체를 발견했다고 발표했지만, 후에 데이터 조작 등의 문제가 확인되면서 지난해 논문 철회 등의 잡음이 일기도 했다.

폴 릴리 타즈퀀텀 공동 설립자는 "우리의 목표는 (해당 특허 기술을)최대한 빠르게 출시함으로써 모든 사람에게 신속하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을 발견하는 것"이라며 "이 초전도체 기술을 앞으로 10년 안에 일상적인 전자 제품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 '구현 가능성' 논란 촉발…개발되면 전기 송출·전기차·배터리 혁명

상온 초전도체는 아직 확실하게 검증이 되지 않은 만큼 개발 소식 이후에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소장은 해당 논문이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가 임의로 아카이브에 게제한 사안이라며 아카이브에 논문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권 연구교수가 퀀텀에너지연구소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있었지만 4개월 전 이사직을 내려놓고 현재는 회사를 떠난 상태라고 부연했다.

   
▲ 상온 초전도체 기술이 개발되면 전기 저항을 줄여 전력 송출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새만금 철탑 공사 사진(기사 본문은 사진 및 출처와 무관함)./사진=한전 제공


또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이번 논문에 대해 조망하며 "논문의 세부사항이 부족해 물리학자들이 회의감에 휩싸여 있다"고 전했다.

사이언스는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등이 논문 내 물질을 재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조만간 물리학자들이 이번 주장을 검증할 수 있다고 했다.

만약 상온 초전도체 기술이 개발되면 전력 송출, 전기차, 배터리 분야 등 미래 에너지 관련 기술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전력 송출의 경우 통상 송전탑 케이블에서 발생하는 저항 때문에 전력 손실이 발생하지만 초전도체를 소재로 활용하면 전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전기차 또한 배터리에서 생산되는 손실전력으로 인해 무겁고 큰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만약 초전도체 기술이 적용되면 한층 가볍고 작은 배터리를 적용할 수 있다.

도심형 항공 운송 수단(UAM)의 무게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도체 자체가 자성에 의해 공중으로 항체를 띄울 수 있는 데다 배터리 무게를 줄일 수 있어 운항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온 전고체 기술이 검증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기차나 UAM 등에 적용될 적용 사례는 앞으로 기술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예단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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