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단테 논란·입주 지연' 이어 '철근 누락'까지…산 넘어 산
입주민 "보강했다니 믿을 수밖에"…시공사 "선제 조치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철근이 누락됐다는) 소식을 듣고 불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보강이 됐다고 하니 믿어야죠.”

   
▲ 서울 강남구 '디아크리온 강남(수서역세권 A-3BL)' 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준희 기자


2일 찾은 서울 강남구 ‘디아크리온 강남(수서역세권 A-3BL)’. 단지 내에는 이삿짐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인부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이삿짐을 나르고 있었다. 입주 공사도 한창인 듯 가구 내부 공사 소음도 건물 밖까지 전해졌다.

이곳은 지난달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철근 누락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15개 단지 중 하나다.

국토부에 따르면 디아크리온 강남은 지하주차장 전체 516개 기둥 중 345개가 무량판 구조로 지어졌으며 이 중 5개 기둥에서 철근이 누락됐다. 누락 사유는 설계 과정에서 도면을 잘못 그리는 등 ‘도면표현 미흡’에 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다수 입주민들은 해당 소식에 대해 함구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단지 내에서 만난 입주민들은 철근 누락과 관련해 이야기를 꺼내자 “잘 모르겠다”, “아는 바가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어렵게 입을 연 입주민 A씨는 “소식을 듣고 불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철근 누락 기둥이 5개로 그나마 적은 편이고, 입주 전 누락된 부분에 대해 보강이 완료됐다고 해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LH와 시공사 양우종합건설은 철근 누락과 관련해 기둥을 신설하고 슬래브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지난 6월 27일 보강공사를 완료했다.

디아크리온 강남은 입주 전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던 단지다. 단지명 선정부터 잡음이 있었다. 당초 LH가 신혼희망타운 등 공공분양 아파트에 적용하려던 ‘안단테’ 브랜드에 대해 입주민들이 거부감을 드러냈던 것. 결국 입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정한 브랜드인 디아크리온 강남을 사용하게 됐다.

   
▲ 서울 강남구 디아크리온 강남 단지 내 지하주차장 입구에 이삿짐을 실은 트럭들이 서있다./사진=미디어펜 김준희 기자

'입주 지연' 사태까지 겹쳤다. 디아크리온 강남은 2019년 12월 착공해 당초 지난 1월 입주 예정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공급난과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됐다. 결국 6개월가량 입주예정일이 미뤄진 끝에 지난 6월부터 간신히 입주가 시작됐다.

천신만고 끝에 입주한 새 보금자리에 철근이 누락됐다는 소식을 접한 입주민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커뮤니티 댓글을 통해 “토지도 저렴하게 수용하고 비싸게 분양했으면 제대로 지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노를 터뜨렸다. 다른 누리꾼 또한 신혼희망타운이 아니라 ‘신혼절망타운’이 됐다”고 비판했다.

디아크리온 강남 시공사인 양우종합건설은 철근이 누락된 기둥에 대해 입주 전 선제적으로 보강 조치를 완료했다는 입장이다.

양우종합건설 관계자는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뒤 LH 측에서 업무지침이 내려오면서 도면부터 현장을 다시 점검한 결과 설계 과정에서 5개 기둥에 철근이 누락된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뉴얼에 의하면 구조 검토를 통해 안전 관련 문제를 확인한 뒤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한 달가량 시간이 소요되는 등 지체가 예상돼 선조치 개념으로 누락된 부분에 대한 보강을 진행했다”며 “이후 점검을 통해 안전상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입주가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LH가 수서역세권 A3블록에 공급한 신혼희망타운 '디아크리온 강남'은 최고 15층, 8개 동, 597가구 규모로 지난 6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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