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량판 구조 적용 민간 아파트 대상 전수조사 착수
전문가 "설계·시공 적절하다면 문제 無…실행 역량 관건"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정부가 ‘무량판 구조’ 아파트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아파트 입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무량판 구조가 아닌 설계·시공 과정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점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지적이다.

   
▲ 수원당수 A3블록 단지 내 지하주차장./사진=미디어펜


3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무량판 구조 민간 아파트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조사 대상은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 중 시공 중인 현장 105개 단지와 2017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 188개 단지 등 총 293개 단지다. 다음 주부터 단지별로 전수조사에 착수하고 내달 말까지 조사를 완료할 예정이다.

특히 이 중 105개 단지에서 주거동에 무량판을 쓴 것으로 나타나면서 민간 아파트 입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무량판 구조 주거동에는 이미 15만 가구가 거주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 4월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무량판 구조에 대한 부실 우려가 확산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무량판 공법으로 시공한 우리나라 모든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대해 전수조사를 조속히 추진하기 바란다”고 지시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각 지자체를 비롯해 산하 공기업들은 부랴부랴 무량판 구조에 대한 특별점검에 나섰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지난 2일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모든 아파트를 대상으로 전수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 또한 자사가 시행사로 참여한 도내 무량판 구조 아파트 단지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이외에 부산시와 세종시, 경남도 등도 자체적으로 안전점검·정밀진단을 통한 조사에 나섰다. 부산시는 지난 2017년 이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시내 아파트 등 건축물 48곳에 대해 전수 특별점검을 하기로 했다. 경남도도 도내 무량판 구조 적용 공동주택에 대해 안전점검 및 정밀진단에 착수했다.

무량판 구조는 건축 공법 중 하나로 벽체나 보가 아닌 기둥이 슬래브를 받치는 형식이다. 가변성이 양호하고 시공이 용이하며 공사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장점이 있어 지하주차장 등 공용부에 주로 쓰인다.

다만 업계는 무량판 구조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무량판 구조는 실제로 필요한 연면적에 사용되는 경우 높이 제한 등이 적용되는 곳에서 층수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널리 사용되는 공법”이라며 “적절한 설계와 시공이 이뤄진다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사태 본질은 공법의 적절성 여부가 아닌 설계·시공 과정에서 원칙을 준수할 수 있는 ‘실행 역량’에 있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번 부실공사 논란은 제도가 없어서가 아닌 원칙을 준수하는 실행 역량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무량판 구조가 아닌 다른 구조라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적절한 구조 설계와 그에 충실한 시공 등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비용 증가에 따른 공사비 반영 및 페널티 부여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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