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정 기자
[미디어펜=김소정 기자]1년여만에 어렵게 열린 개성공단 공동위원회 회의가 성과없이 끝이 났다. 회의 말미에는 고성이 나오는 등 분위기도 험악했다고 한다.

이번 공동위 6차회의에 특히 시선이 쏠렸던 이유는 올 초부터 남북이 갈등을 겪어온 개성공단 최저임금 문제 타결이 주안점이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 측이 주장해온 최저임금 인상을 수용하되 3통 문제(통행·통신·통관) 개선을 함께 논의하고자 했으나 북한은 3통 문제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14시간 마라톤회의에도 불구하고 7차회의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회의가 끝난 다음날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3통 문제가 거론되자 북 측이 ”(그 논의는) 군에서 할 일”이라는 말로 협의 자체를 회피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천안함 폭침을 계기로 발표된 대북 경제제재인 ‘5.24조치’ 해제를 요구했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열린 공동위에서 정작 논의 주제인 3통 문제는 군에 떠넘기고 논의 주제가 못되는 5.24조치를 들고 나온 북한의 협상 태도는 실망스럽다.

북한이 한마디로 ‘말 바꾸기’를 한 데에는 최근 북한 근로자들이 중국 3성에 대거 파견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은 요령성에 있는 단둥지역에만 7개 의류공장에 각각 300~500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을 파견해 외화벌이에 몰두하고 있다. 탈북자가 대량 발생할 것을 우려한 북한 당국이 중국 내 식당에만 5~7명 정도의 소수 인력을 파견해온 것과 달라진 양상이다.

   
▲ 1년여만에 열린 개성공단 남북 공동위 6차회의가 지난 16일 열렸지만 최저임금 인상 문제와 3통 문제 개선에서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한 채 끝났다. 사진은 개성공단이 내려다보이는 개성시 전경./사진=연합뉴스
단둥지역 의류공장에서 북한 근로자 한사람이 받는 월급이 350~370달러 정도라고 하니 개성공단 최저임금 인상이 타결된다고 하더라도 1인당 월급 164.1달러보다 두배를 웃돈다. 6차회의를 불발시킨 북한의 속내가 들여다보이는 대목이다.

2013년 8월 개성공단이 재가동됐을 때 추후 개성공단만큼은 정세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자는 남북 간 합의에 의해 남북 공동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앞서 공동위는 이미 3통 문제에 합의한 바 있으며, 이는 앞서 5개월이나 공단이 폐쇄됐던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북 측은 이번 회의에서 그들이 요구하는 임금 인상 문제와 우리 측이 제시한 3통 문제 논의를 진척시키지 않으면서 5.24조치 해제를 들고 나왔고, 이런 행태는 회담의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 행동이다.

심지어 북 측의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은 우리 취재진에게 “안 한 것보다 못한 회담이다”라는 극단적인 발언을 남기고 떠났다고 하니 북 측 입장에서 당초 임금 인상 요구가 절실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개성공단 임금 인상 문제는 북한이 작년 11월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노동규정 중 13개 항목을 개정한 뒤 올해 2월 말 최저임금 인상률 5% 상한 폐지 등 2개 항목을 우선 적용해 개성공단 월 최저임금을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5.18% 인상한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물론 작년 6월 공동위 5차회의에서 북 측이 임금 인상을 요구했으나 합의가 불발된 데 따른 조치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때부터 북한은 남북 개성공단 공동위를 무시한 채 공단의 성격을 바꾸려고 시도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에 정부는 임금 문제에서 ‘최대한의 유연성’을 발휘해 임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회의 테이블에서 우리 측은 북 측이 기존 합의된 상한선인 5%를 넘어서는 5.18% 인상률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임금 문제와 함께 3통 문제 해결과 근로여건 개선 등을 모두 논의하면서 남북 합의를 강조했다고 한다.

북 측은 그들이 주장하던 대로 임금 인상을 수용하겠다는 우리 측 제안도 무시한 채 3통 문제 논의를 회피하면서 5.24조치 해제를 주장하고, 그들이 일방적으로 노동규정을 개정하면서 주장한 ‘주권 문제’를 다시 언급했다.

남북 경협의 유일한 상징인 개성공단이 북한 땅에 있다는 이유로 ‘주권 문제’라 우기면서 말 바꾸기를 하고 있는 북한의 행태는 ‘예측 불가’라는 북한 최고 리스크를 키울 뿐이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진정 북한의 지도자가 되고 싶다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격부터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