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시장 수요 회복 더뎌...하반기도 암울
반도체 수요 살아나려면 IT 수요 회복 선행 돼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불황이 지속되고 있어 반도체 업계의 실적 반등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감산 등 자구책을 마련해 실적 개선에 힘쓰고 있지만, 스마트폰 뿐 아니라 전반적인 IT 기기의 수요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제공


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기업인 퀄컴은 지난 2분기 순이익이 18억 달러(약 2조3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37억3000만 달러·약 4조8000억 원)보다 5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109억3600만 달러(약 14조2000억 원)에서 84억5100만 달러(약 10조9000억 원)로 23% 감소했다.

스마트폰 업황이 안 좋아지면서 퀄컴까지 타격을 입은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시장조사회사 IDC는 중국 등의 수요 부진, 재고 과잉 등으로 인해 지난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1년 전보다 7.8% 줄어든 것으로 추산했다. 퀄컴의 경우 매출의 50%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프로세스에 의존하고 있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아카시 팔키왈라 퀄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단말기 시장이 언제 회복될지는 예측하기 어렵고 소비자는 여전히 구매에 신중하기 때문에 연말까진 재고 감소가 변수가 될 것이란 가정 하에 경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퀄컴은 정리해고를 포함한 구조조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퀄컴은 지난달에도 400여 명을 해고한 바 있다.

문제는 스마트폰 뿐 아니라 PC 등 IT 기기의 전반적인 수요 회복이 더디다는 점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IT 기기의 판매가 선행돼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세계 1위 중앙처리장치(CPU) 업체인 인텔도 오는 2025년까지 총 100억 달러(약 12조99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의 주력 제품인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역시 하반기에도 암울한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챗GPT를 중심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이 커지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이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기존의 수요를 대체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2030년은 돼야 전체 서버용 메모리 시장에서 HBM이나 DDR5 등 AI 서버용 반도체 매출 비중이 50%를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양사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하반기 업황 회복을 기약했지만, 반도체 시장의 겨울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 IT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아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미래를 예단할 순 없지만 하반기에 반도체 업계의 드라마틱한 실적 반등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 이른 감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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