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맞서다 정당방위 인정 못 받고 민사배상 물으라는 판례 '비일비재'
현직 경찰들 아우성 "판사들-인권위가 경찰 조직 손발 다 잘라버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신림동 칼부림부터 분당 서현역 묻지마 사건까지. 대전 한복판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흉기에 찔리는 등 엽기적인 흉악범죄 행위가 최근 들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국민 여론이 공분보다 개인의 안전 우려로 번지고 있다.

무차별적인 살인을 예고한 온라인 게시글이 전국적으로 42건에 달한다고 알려지면서 국민들에게 공포가 전염되고 있다.

관련 법안이 재조명되는 등 정치권의 대응은 활발히 일어나고 있지만, 대한민국 사회 전체의 안전한 분위기가 쉽사리 마련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경찰은 전국적으로 특별 경찰활동을 선포하고 흉악 범죄에는 경고 없이 곧바로 '실탄 사격'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상황을 반전시킬 뾰족 수가 될지는 불투명하다.

당장 경찰 일선 현장에서는 볼 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각 직군 직종 기업별로 종사자들이 활발하게 게시글을 올리는 인터넷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지난 3일 이와 관련해 <칼부림 사건? 국민은 각자도생 해라>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아이디를 신분증 등으로 인증하기에 경찰청 소속으로 보이는 블라블라라는 아이디의 게시자는 이날 자신의 글에서 "이대로는 경찰에게 방법 없다"며 "국민은 알아서 각자도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집중적으로 조명한 것은 현재의 '위험 기피' 분위기-경찰의 '보신주의'를 조성한 법원 판결이다.

   
▲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 묻지마 흉기 난동이 발생한 현장에 소방대원들이 투입돼 현장 상황을 살피고 있다. 2023.8.3. /사진=연합뉴스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이 흉악 범죄 대응에 있어서 가장 큰 고충을 겪는게, 무력으로 범죄 진압시 오히려 민사 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찰들의 속사정, 맹점인 셈이다.

그가 예시로 들었던 판결은 가지각색이다.

낫을 들고 덤비는 사람한테 경찰이 총을 쐈다가 형사사건에서는 무죄인데도 민사소송에서는 1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 칼로 피해자를 찌르고 도망간 사람에게 총을 쐈는데 형사사건에서는 무죄이고 민사상으로는 7800만원을 배상한 판결이다.

이 판결에서 손해배상하라는 이유는 경찰이 권총을 쏴서 정확하게 허벅지를 맞추지 않아서라고 한다. 그는 글에서 "몸 싸움을 하는 동시에 움직이고 있는 대상의 허벅지를 정확하게 쏘지 않으면 민사상 손해 배상을 해주라는 'K-판새'"라고 꼬집었다.

2011년도에는 칼을 들고 있는 흉기 난동범에게 테이저 건을 쏘았고 이후 난동범 스스로 넘어지면서 자신이 들고 있던 칼에 찔렸는데, '경찰이 범죄자가 넘어지는 방향까지 예상했어야 한다'며 경찰이 수억원을 배상하라는 판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다른 사례에서는 경찰이 교통 단속을 하려고 신분증을 요구했고 단속하려고 하니깐, 단속 대상인 여성이 경찰관 옷을 잡아뜯고 경찰관을 폭행하려고 하길래 체포했는데 그 여성이 체포과정 중에 반항을 심하게 하다가 자기 혼자 자빠져서 골절상을 입었다. 그런데 이 경우 해당 여성이 고연봉 학원강사라는 이유로 경찰이 여성에게 4억 4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글에서 "판사들의 수많은 판례가 경찰들 보신주의만 생각하는 '짜바리'(비속어)로 만들어 놓았다"며 "우리나라에서 흉기 난동 범인에게 총을 뽑아서 경고하는 것은 그 경찰관이 자기가 부양할 가족들에게 총 뽑아서 경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신랄하게 말했다.

특히 그는 "지휘부는 매번 총기사용 매뉴얼이니 하면서 '적극적으로 총 쏴라' 이빨만 턴다"며 "(흉기 난동 범죄자로부터 )소송 들어오면 나 몰라라 하는거 한두번 보나, 범죄자 상대하면서 소송 당하고 심지어 (형사) 무죄 받고도 민사 수천~수억씩 물어주는게 정상적인 나라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3급 국민 대우 받으면서 일하는데도 여전히 범죄자를 천룡인 취급하는, 말도 안되는 판례들이 매년 수십개씩 쌓여가는데 그걸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드나"라며 "판사들과 인권위 놈들이 손발을 다 잘라버린게 경찰 조직의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실제로 법조계 판례에 따르면, 만약 상대방이 칼을 들고 위협하는 상황의 경우 상대방의 손을 쳐서 칼을 떨어트리게 하는 정도가 '정당방위'로 인정받고 있다. 칼 든 사람이 보이면 무조건 도망부터 치라는게 실제 현실인 셈이다.

일선 현장에서 나오는 이러한 아우성이 사실이라면, 판사들의 비현실적인 법 적용으로 인한 비상식적인 판례가 경찰의 대응 방식을 사실상 해체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현장에서 흉기를 들고 무차별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려는 묻지마 범죄는 그 대응 방식에 있어서 어떠한 폭력을 동원하더라도 완벽히 진압해야 피해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법조계에서 주목하는 또다른 관점은 바로 정신건강법과 검수완박 입법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국회가 주도해 통과시킨 법인데, 지난 2017년 5월 시행된 정신건강법은 심각한 조현병 환자의 강제입원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문재인 정권이 2017년부터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검찰의 마약수사 기능부터 약화시켰고, 지난해에는 검수완박 입법을 통해 마약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역량을 완전히 마비시켰다.

2017년 이후로 치안이 약화되고 그 영향이 5~6년이 지난 현재에 들어 서서히 일상 속에 발생하게 되었다는 지적이다.

향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안전과 관련해 법과 시스템을 어떻게 복원할지 주목된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