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러 무기수출 위해 대량생산 점검 ‘품질보증 메시지’"
"8월 한미훈련에 경고·한미일 공조 강화에 대응 의지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5일 사흘간 군수공장들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가 밝혔다. 

지난달 27일 북한 ‘전승절’(정전협정일) 열병식 때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상이 방북해 김 위원장과 함께 무기박람회를 둘러본 이후 무기수출과 관련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김 위원장이 3일간 중요 군수공장들을 연이어 방문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방문엔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재룡 당 규율비서, 조춘룡 당 군수공업부장,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박정천 전 당 중앙군수위원회 부위원장이 동행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초대형 대구경 방사포탄 생산공장을 현지지도하고, 새로운 계열의 저격무기 생산 실태를 료해(파악)했으며, 전략순항미사일과 무인공격기의 발동기(엔진) 생산공장을 현지지도하고 중대한 과업들을 제시했으며, 전략미사일 발사대차 생산 실태를 파악했다”고 전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5일 대구경방사포탄 생산 공장을 비롯한 중요군수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6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총비서가 '저격무기'들을 살펴보며 직접 쏴보고 있다. 2023.8.6./사진=뉴스1

김 위원장은 이번에 ‘국방경제사업’이란 표현도 처음으로 사용했다.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이 새로운 탄종을 계열생산하기 위한 능력조성사업 등 국방경제사업의 중요 방향을 제시했다. 당면과업과 전망과업 수행을 위한 방도들을 밝혀줬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8월 하순으로 예상되는 한미군사훈련에 대비하는 한미에 경고성 메시지인 동시에 러시아에 대한 무기수출에 대비해 대량생산능력을 점검하기 위한 다중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3일간 중요 군수공장들을 연속적으로 방문해 현지지도한 것은 다목적 카드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8월 한미군사훈련을 겨냥하고, 한미일 군사 분야 공조 강화에도 대응하면서,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도 고려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특히 “국방경제라는 표현 사용이나 새로운 계열 생산, 저격무기 생산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대한 무기거래를 염두에 둔 것인지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위해 김 위원장이 직접 주요 무기생산공장 점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각종 새로운 무기들의 정밀성을 보장하면서 대량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점검한 것으로 관측된다”고 분석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5일 전략무기 엔진 생산 공장을 비롯한 중요군수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6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2023.8.6./사진=뉴스1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군수공장 현지지도를 공개한 것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 대해 사실상 ‘품질보증서’를 발행해주는 암묵적인 메시기가 담겨 있다”며 “특히 약전기구공장에 대해 ‘현지지도’ 외에도 ‘료해’를 덧붙인 점에서 포탄과 탄약 등 대러 군수물자 수출이 예상되는 품목에 대한 점검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도 김 위원장의 군수공장 방문에 대해 대러 무기수출 의도를 나타낸 것으로 판단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준수를 강조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북한의 의도는 국방 분야의 성과를 과시하고, 한미연합훈련에도 대응하면서 무기수출까지 여러 가지 다목적 포석을 둔 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면서 “북한주민들의 민생을 희생시키면서 핵과 ICBVM 개발은 물론이고, 재래식 무기개발도 지속하고 있는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구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국방경제사업’ 표현 사용에 대해 “매우 이례적인 표현으로 보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것이 무기수출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겠다고 스스로 공언한 것으로 개탄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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