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까지 스팩만 19개 상장…"400%룰 제외해야" 지적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상장일 주가 상승폭 400%’. 제도변경 이후 기대를 모았던 신규상장주(IPO)들이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면서 IPO 시장 분위기가 급랭 국면으로 전환됐다. 

지난 7일 상장한 파두의 고평가 논란이 결국 현실로 확인되면서 올해 첫 코스피 상장인 넥스틸의 상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다. 

이 가운데 신규상장 스팩주들의 가격 급등락이 이어지면서 증권사들의 스팩 IPO 추진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가격제한폭 400%’ 룰에서 스팩을 제외돼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 신규상장 스팩주들의 가격 급등락이 이어지면서 증권사들의 스팩 IPO 추진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가격제한폭 400%’ 룰에서 스팩을 제외돼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사진=김상문 기자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과열 조짐을 보였던 IPO 시장이 돌연 냉각 국면으로 전환됐다. 특별한 악재가 있다기보다는 제도 변경에 따른 과열과 그에 따른 오버슈팅이 반작용을 야기한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7일 상장한 파두다. 파두는 수요예측 이전까지만 해도 ‘하반기 최대어’로 거론되며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공모가가 3만1000원으로 확정되면서 고평가 논란이 일었다. 유통물량도 많은데다 기존 주주들도 다수 존재해 이들의 매도 욕구가 자극받을 수밖에 없는 구도였다.

우려는 결국 주가로 확인됐다. 상장일인 지난 7일 파두는 결국 공모가 3만1000원에 단 한 번도 닿지 못한 채로 거래를 마감했다. 상장 2일차인 이날 오전에도 시초가 대비 주가가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공모가엔 미치지 못한 모습이다.

시장의 시선은 올해 첫 코스피 상장주로 관심을 끈 넥스틸로 집중된다. 오는 9~10일 일반 청약을 진행하는 넥스틸은 조선, 풍력, 건설 등에 사용되는 구조용 강관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회사다. 꾸준히 성장하는 실적을 바탕으로 코스피 입성을 노리고 있지만, 확정 공모가는 밴드하단인 1만1500원으로 결정됐다. 

눈에 띄는 것은 넥스틸의 기관 의무확약이 매우 적다는 것인데, 수량기준 0.60%로 사실상 없다고 봐도 좋은 수준이다. 이는 최근 시장의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급증한 만큼 기관들도 물량을 들고 있기를 부담스러워 한다는 사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IPO 시장의 분위기가 이렇게 급변했는데도 스팩 상장은 여전히 줄을 잇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스팩 상장 건수는 지난 7월말까지 총 19건에 달한다. 대형사들 뿐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들도 적극적으로 스팩 IPO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달 8월에도 스팩 상장은 이어진다. 총 10개의 IPO 중에서 6개가 스팩 상장이며,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스팩 최다 상장’ 기록이 경신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를 뜻하는 스팩은 상장 시점엔 그 어떤 실체도 갖지 않은 채 수급으로만 움직이는 주식이다. 그럼에도 지난달 6일 상장된 교보14호스팩은 공모가가 2000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장 2일차 주가가 8190원까지 치솟으며 변경된 신규상장 룰의 수혜(?)를 누렸다. 이후 주가는 끊임없이 하락해 현재는 다시 2100원대로 떨어졌다.

교보14호스팩 이외에도 7월 내내 상장한 거의 모든 스팩들이 이상급등 현상을 나타냈다. 원래도 스팩들 대부분이 시가총액이 적고 움직임이 가볍기 때문에 급등락을 하기 좋은데, 변경된 룰로 인해서 그 효과가 극대화된 모습이다.

일각에선 적어도 스팩주에 대해서는 새로운 가격제한 룰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처음 도입되는 제도라 당국에서도 부작용을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코인이나 테마주 못지않은 투기적 수급 장세가 대놓고 펼쳐지고 있어 투자에는 매우 신중해야 할 국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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