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4월 이후 넉달 연속 증가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대출금리가 최근 상승세로 전환된 상황에서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잔액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한 달 새 6조원 가까이 늘며 가계대출 증가 폭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은행 연체율 상승 부담을 키우며 가계대출이 하반기 금융시장 최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대출금리가 최근 상승세로 전환된 상황에서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월까지 감소세를 보였던 가계대출이 4월 이후 넉 달 연속 증가했다. 증가 폭도 4월 2조3000억원, 5월 4조2000억원, 6월 5조8000억원 7월 6조원으로 매월 빠르게 늘면서 가계대출 부실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7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068조143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에 비해 5조9553억원 늘며, 2021년 9월(6조4000억원)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최근 금리가 상승세로 전환된 상황 속에서도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은 주택 관련 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고 있음에도 집값이 바닥을 다지고 오름세로 전환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실수요자들이 대출을 받아 주택 매매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주담대 잔액은 820조7718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원 늘었다. 증가 폭은 2020년 2월(7조8000억원)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였던 지난 6월(6조9000억원)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올해 3월 3만5000가구, 4월 3만4000가구, 5월 3만7000가구, 6월 3만6000가구로 꾸준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금리인하 압박과 은행채 등 자금조달 비용 감소 등으로 꾸준히 하락세 보였던 은행 대출금리는 최근 상승 전환했다. 5대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상단은 현재 연 6%를 넘어섰다.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지난 4일 기준 4.08~6.937%, 주담대 고정금리(혼합)는 3.83~6.289%로 집계됐다. 신용대출은 금융채 6개월 기준 4.33~6.33%를 기록했다. 대출금리는 당분간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주택 관련 수요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윤옥자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차장은 "수도권 중심 아파트 매매거래 증가로 가계대출이 큰 폭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아파트 거래량 증가는 2∼3개월 시차를 두고 주담대 실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택자금 수요 지속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금융당국과 한국은행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여러 금통위원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큰 우려를 표했다"면서 "만약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나면 금리나 거시건전성 등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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