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BEV 신차 중 40% LFP 배터리 탑재
K-배터리, 의외의 LFP 배터리 인기에 개발 착수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중국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급성장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분발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저가형 테슬라 모델Y는 중국의 LFP 배터리로 차 값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잇따라 출시할 예정이어서 더 이상 LFP 배터리가 하급품으로 취급되지 않는 모양새다.

한국 배터리업계도 LFP 배터리 개발에 착수한 만큼 상용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배터리 라인 다양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 시장 초기 단계…6개월이면 시장 판도 변해

2020년대 들어 경쟁이 본격화한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은 6개월이면 판도가 변할 만큼 변화가 빠른 곳이다. 배터리 태동기 일본의 파나소닉은 2010년대 시장을 선도했지만 폭넓은 원천기술을 확보하며 고품질 배터리를 비교적 저렴하게 양산한 LG에너지솔루션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파나소닉은 테슬라와의 굳건한 동맹을 바탕으로 한국 배터리 업체들과 경쟁했지만 2020년대 들어 유럽 시장을 독점하다시피했던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에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게 된다.

   
▲ nca lfp배터리 비교./자료=LG에너지솔루션 제공


2023년 현재 한국 배터리는 중국에게 도전받고 있다. 

한국은 처음부터 삼원계(NCM) 배터리에 집중했고, 저렴한 품질만큼 질도 떨어지던 LFP 배터리를 만드는 중국 업체들을 적수로 보지는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LFP 배터리를 중국 내수 시장에 판매하는 CATL이 아무리 성장해도 고품질을 원하는 유럽·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CATL이 LFP 배터리 성능을 향상시키면서 판도가 변했다. 

2021년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 탑재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히면서 LFP 배터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테슬라는 미국 정부의 전기차·배터리 분야에서의 중국 봉쇄에 해당하는 IRA(인플레이션 방지법)에도 불구하고 CATL과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폭스바겐, 현대자동차그룹,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조만간 LFP 배터리를 탑재한 3000만 원대 중저가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인데, 이 전기차들이 흥행하면 고스란히 중국 배터리 업계의 실적 향상으로 이어진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한국 배터리 업계는 올해 4월부터 부랴부랴 LFP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지만 과거부터 NCM배터리에만 올인한 전략적 판단을 두고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순수 전기차 판매 40%가 LFP 배터리 탑재

LFP 배터리는 더 이상 중국 내수용 소형 전기차를 위한 배터리가 아니다.

SNE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LFP 배터리를 탑재한 순수 전기차(BEV) 판매량은 2018년 11만3385대에서 2020년 22만 2060대를 찍고 고속 성장해 2021년 146만8607대, 2022년 301만8613대로 늘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BEV 중 LFP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 판매가 전체의 40%에 달했다. 비중으로 보면 2018년 8%에서 4년 만에 점유율이 5배로 폭증했다.

LFP 배터리의 주요 장점으로는 저렴한 가격과 안전성을 들 수 있다.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보다 30% 정도 저렴하다. 저렴한 철을 주 원료로 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가격이 싸지면 전기차 가격도 낮아진다. 보통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 단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40% 정도다.
 
안전성도 낫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외부 충격으로 인한 배터리 훼손 시 발화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철을 사용해 무게가 무겁고, 그 만큼 에너지 소비 효율이 낮다. 에너지밀도도 낮다보니 주행거리가 상대적으로 짧다. 

순간 출력이 낮아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내기에 부적합하며, 특히 겨울철 찬 공기로 연료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데다 차량 내 온열 기능을 사용할 경우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 K-배터리, LFP 예상 밖 인기에 개발 착수…상황 예의주시

중국의 LFP 배터리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배터리 업계에서도 LFP 배터리 상용화, 신기술 배터리 개발 등의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업체들은 LFP 배터리의 예상 밖 선전에 올해 상반기부터 관련 기술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우리나라 배터리 3사 모두 LFP 배터리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 지난 3월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2023 SK온 부스에 전시된 LFP배터리 모형./사진=조성준 기자


업계에 따르면 LFP 배터리 개발 난이도가 NCM보다 훨씬 낮으며, 한국 업체들이 LFP 배터리를 '못 만든' 것이 아니라 '안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3사 중에서는 SK온이 LFP 배터리 분야에선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SK온은 이미 LFP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양산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삼성SDI도 지난 월 정기주주총회를 마친 후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직접 LFP 배터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최 사장은 "향후 사업의 다양성, 고객의 다양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LFP 배터리에 대해서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LFP 배터리는 중요 플랫폼 중 하나라고 저희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우선 자신들이 비교우위에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 LFP 배터리를 적용하면서 시장 추이를 본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LFP 배터리를 양산하더라도 과도기적으로 시간을 보내고 고성능 삼원계 배터리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LFP 배터리를 개발·양산하는 데 수년이 걸리는데, 그 동안 삼원계 배터리의 품질이 향상되고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팩 용량 내에서 구현할 수 있는 에너지 밀도가 한계가 있다"며 "LFP 배터리 성능이 삼원계 배터리 수준으로 올라가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분간 배터리 시장이 NCM배터리와 LFP 배터리로 양분된 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업체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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