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흔들흔들'…소부장 기업들에 눈길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는 물론 미국 나스닥 증시의 조정이 함께 길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상승 이후 또 다시 조정에 들어가 현재 7만원 선이 깨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과 미국 증시의 흐름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의 움직임에 주목하면서 내실 있는 반도체 소부장 종목들에도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 조정이 생각보다 깊게 진행되고 있다. 사실상 8월은 ‘조정의 달’로 봐도 될 정도다. 기세 좋게 새 달 첫 거래일인 8월1일부터 코스피는 2668.21이라는 연중 최고치를 찍었지만, 이후부턴 지루한 하락세가 이어지며 지수는 2540선까지 떨어졌다. 코스닥 역시 950선에서 900선 아래로까지 떨어지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정도를 제외하면 큰 변수가 없어보였지만 정작 CPI 지수가 시장에 호의적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흐름은 지지부진하다. 이런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하나의 종목을 향하고 있다. 엔비디아(NVDA)다.

고금리와 경기침체라는, 주식시장이 가장 싫어할 법한 겹악재를 베이스에 깔고 있으면서도 그간 미국 증시가 선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인공지능(AI)‧반도체 종목들의 약진이 있었다. 

연초부터 AI는 물론 챗GPT와 같은 새로운 시도들이 세상을 바꿀 것으로 기대되면서 관련 종목들이 탄력을 받은 것이다. 엔비디아는 향후 도래할 새로운 시대의 코드들에 거의 전부 관계가 있는 ‘교집합’에 해당한다.

한미 증시 중심엔 ‘엔비디아’가 있다

이런 재료들로 인해 엔비디아는 올해 내내 놀라운 상승세를 이어왔다. 올해 초 148달러 정도에서 거래를 시작한 엔비디아 주가는 현재 400불을 돌파해 있다. 지난 달 중순엔 480.88달러까지 고점을 올리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결국 엔비디아발 돌풍이 나스닥을 비롯한 미국 증시 전반의 분위기를 견인했고, 이 분위기가 한국으로까지 전해져 온 것이 지난 7월까지의 상황이었다고 요약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엔비디아 주가가 횡보하면서 증시는 침체에 빠졌다. 코스피‧코스닥이 하락하고 있는 이번 달 흐름은 곧장 엔비디아의 흐름과 매우 상관관계가 깊다. 한국증시 반도체 섹터의 경우 엔비디아와 직접적인 협력을 맺고 있는 회사들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지난달 초 7만3600원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찍었던 삼전 주가는 현재 6만원대 중반 근처까지 밀려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달 말 12만9000원으로 연중 최고점을 높인 이후 지금은 11만원선 안팎까지 내려왔다.

주도주들의 부진은 섹터 전체의 침체를 야기한다. 반도체 관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을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는 신한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ETF) 신한SOL반도체소부장Fn의 가격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거의 유사한 흐름을 보이며 하락하고 있다. 당연히 반도체 섹터 전체에 대한 시장의 회의론이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형세가 완성된 것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국내증시 반도체 섹터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을 것을 조언한다. 그 근본에는 다시 한 번 엔비디아가 자리한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달 내내 하락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만, 400달러선이 위태로워졌던 지난 11일 이후 불과 하루 만에 7.21%를 끌어올리며 주가는 다시 440달러를 넘보고 있다. 앞으로의 주가 흐름이야 누구도 확언할 수 없다지만, 적어도 엔비디아의 돌풍이 그리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해볼 수 있다.

반도체 섹터 ‘소부장 기업’들에 주목한다면?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섹터의 최근 부진에 대해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투자+소비’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데, 투자는 양호하겠으나, IT기기 수요는 부진할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면서 “반도체 섹터의 성장도 과거 ‘슈퍼사이클’에 비해 상당히 느리게 진행될 것이라 볼 수 있지만, 하반기에도 상반기 수준의 아웃퍼폼 가능성은 높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섹터 안에서도 ‘똘똘한 소부장’ 기업들에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한다. 지수가 지지부진해도 높은 변동성을 강점으로 주가에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종목들이다. 시총이 작아 주가변동이 클 순 있겠지만 오히려 그 점이 최근과 같은 장세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쇄회로기판용 적층판 제조업체 코리아써키트에 주목한다. 삼성전자의 보급형 스마트폰‧태블릿PC 판매 둔화로 주기판(HDI) 매출이 부진하는 등 올해 2분기 실적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나 북미 시장에 대한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박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반도체 업황 회복과 메모리 출하량 증가로 패키지 매출 확대가 예상된다”면서 “하반기 매출액(연결)은 7426억원, 영업이익 108억원으로 상반기 대비 각각 10.9%,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통신반도체 팹리스 기업 자람테코놀로지도 자주 언급된다. 특히 이 종목은 지난 3월7월 증시에 입성한 신규상장(IPO) 종목으로, 최근 신규상장주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강경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람테코놀로지에 대해 “2025년에 시장규모가 13.3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통신반도체 XGSPON칩을 직접 설계하고 개발하는 개발하는 기업”이라면서 “XGSPON 관련 고객사는 2021년 3개사에서 올해 초 19개사로 증가해 대규모 공급계약 가시화가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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