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부동산부 서동영 기자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카르텔'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다. 정부가 사회 각 분야에서 각종 이권으로 묶인 카르텔을 혁파하겠다며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이권 카르텔의 불법을 근절하여 공정과 법치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실 공사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건설 카르텔은 철저히 혁파돼야 한다"며 건설사 등 건설업계를 정조준했다. 최근 불거진 무량판 구조 철근 누락 사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정부 부처는 대통령의 의지를 받들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무량판이 적용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에 이어 민간단지도 전수조사에 나섰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건설업계는 잔뜩 긴장하는 모양새다. 최근 발생한 무량판 구조 철근 누락 사태에 대한 파문이 어디까지 확산될 지 걱정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정부가 '카르텔 혁파'에 매몰된 나머지 건설사들을 카르텔의 한 축으로 몰아 철근 누락에 대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며 불만이다.

   
▲ 무량판 기둥 철근 누락이 확인된 LH A아파트 지하 주차장./사진=서동영 기자

지난달 말 LH 철근 누락 15개 단지 발표만 해도 그렇다. 15곳 중 10곳이 잘못된 설계가 철근누락의 원인이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자세한 설명 없이 모든 건설사가 부실시공을 저지른 것처럼 발표했다. 이로 인해 많은 건설사가 억울하게 손가락질을 받았다. 

심지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시공사를 상대로 하도급법 위반 혐의 조사에 들어갔다. 철근 누락이 건설사가 하청 공사비를 떼어먹었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조사 대상에 오른 건설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정부의 '책임 떠넘기기'는 민간단지 전수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철근 누락이 발생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건설사가 보강공사 비용 전부를 지불하도록 했다. 건설사들과의 사전 협의는 없었다.

게다가 설계부터 시공, 감리까지 모든 단계에서 부실공사를 방지할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겠다는 얘기도 없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서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건설업계에서는 '정부가 자신들로 향하는 비난을 차단하기 위해 건설사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정치적 이슈로 코너에 몰린 국토부 장관이 일부러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등 음모론까지 나온다. 

음모론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철근 누락의 책임은 건설사나 LH는 물론 감독을 게울리하고 허술한 관련 제도를 방치한 정부에도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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