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시설 기준 모호… 시정조치말곤 법적 제재 방안 없어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8월 18일부터 50인 이상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를 의무화한 데 이어 18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존에 휴게시설을 설치한 일부 사업장에서 관리 미흡 등의 사례가 잇따르고, 고용부가 마련한 기준에서도 여러 허점이 드러나며 논란이 일고 있다.

   
▲ 고용노동부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고용부는 지난 2021년 8월 '산업안전보건법 제128조의2'를 신설해 휴게시설 의무화 근거를 마련하고, 이듬해 8월 50인 이상 사업장에 이를 우선 적용했다. 

고용부는 유예기간이 끝난 이날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이를 확대 적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휴게시설 설치 214억원(2023년) ▲설치 의무 사업장 지도점검 ▲설치 실태조사·컨설팅 ▲제도시행 안내·홍보 등을 지원한다. 

또 기업의 어려운 경영사정 등을 고려, 올해 말까지 특별지도기간(계도기간)을 운영해 제도 수용성을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휴게시설 설치·관리 기준' 시행규칙을 마련하고 '알기 쉬운 휴게시설 A to Z'라는 설치 가이드라인을 제작·배포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설치 기준이 명확히 제시하지 않아, 이를 악용할 사업장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부에 따르면 휴게시설 바닥면으로부터 천장까지의 높이(층고)는 모든 지점에서 2.1m 이상이어야 하고, 바닥 면적은 최소 6㎡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다른 사업주와 공동 설치·운영하는 공동휴게시설의 경우 6㎡에 사업장 수를 곱한 면적을 최소로 한다. 

이 같은 최소 면적은 냉장고와 의자, 냉방장치 등이 모두 들어가는 것까지 고려, 고용부가 전문과들과 도출한 가장 최소 기준이다. 

사업장별 휴게시설 최소 면적은 교대근무와 휴식형태, 휴식주기, 동시 사용 인원 등 사업장 특성을 고려해 근로자대표와 협의 후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근로자대표와 협의를 통해 정한 크기를 확보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부과 대상에 해당한다.

하지만 휴게시설은 따로 컨테이너 등 공간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보통 사업장내 유휴 공간을 활용해 설치하는데, 바닥의 가로와 세로 길이를 규정하지 않은 탓에 가로 1m·세로 6m 등 상식 밖의 형태로 지을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그런 경우까지 가정을 해보지 않았다"며 "그렇게 지어진 곳은 실질적으로 휴게시설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정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어떻게 조치할 것인가'다. 상식 밖의 형태로 휴게시설을 설치해 사용하기 어렵다해도, 바닥 면적과 높이만 충족하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기에 권고말고는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1인당 단위 면적도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소 면적인 6㎡에 수십 명이 동시에 있다고 해도 고용부가 내세우는 '시정조치' 말곤 강제할 방안이 없다.

특히 위험물질 취급사업장의 경우 일정 분리 거리도 필요한데, '유해·위험 장소에서 떨어진 안전한 장소에 위치해야 한다'고만 규정할 뿐 정확히 몇 m 떨어진 곳에 지어야 하는지 등 내용도 담겨 있지 않다. 

이번 정책은 근로자의 권리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높이 살 만하지만, 한편으론 '과연 근로자 권리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 맞는가'라는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산업안전점검 시 모든 점검을 하기 때문에, 시정조치를 내렸을 때 휴게시설만 시정하지 않는 경우는 잘 없다"며 "무조건 제재만 하는 것이 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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