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박 소재인 구리, IRA '핵심 광물' 지정 유력
IRA 보조금 받으면 북미·유럽 시장서 경쟁력 상승
[미디어펜=조성준 기자]한국의 주요 배터리 소재 중 하나인 동박이 미국의 인플레이션방지법(IRA)의 새로운 수혜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중국산 동박의 저가공세에 고전해왔지만 IRA 세부내용이 확정되면 북미 등 주요 시장에서 반등의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에너지부(DOE)가 동박의 주요 소재인 '구리'를 '핵심 광물' 목록에 포함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동박이 배터리 핵심 부품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 SK넥실리스가 제조한 동박 제품. 사진=SKC 제공


이재홍 SK넥실리스 대표는 최근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IRA 내 소비자 보조금과 관련해 동박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진 않다"면서도 "우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동박도 배터리 부품에 포함될 것이라는 견해가 상당 부분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부분은 연내 더 명확해 질 것으로 보인다"며 "IRA 핵심 소재에 편입된다는 것은 향후 핵심 광물에 편입될 가능성이 상당히 증가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박은 구리를 극도로 얇게 만든 막으로, 배터리 음극재의 핵심 소재다. IRA 세부지침은 동박을 배터리 핵심 부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어느 나라에서 생산하든 크게 상관이 없는 상태지만 향후 IRA 핵심소재로 인정받는다면 북미·유럽 현지 생산을 통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SK넥실리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국내 동박 업체들은 구리를 중국 외 지역에서 수급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넥실리스는 동박 생산에 사용되는 구리의 절반가량을 해외 광산이 아닌 폐전선에서 추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캐나다 퀘벡에서 총 6만3000t 규모 생산능력을 계획하며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솔루스첨단소재는 캐나다 공장용 원료를 현지에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말레이시아, 스페인뿐만 아니라 북미에 생산 설비를 확보하기 위해 다각도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동박 업체들은 중국의 저가 동박에 밀려 시장 주도권을 내준 상황이었다.

업계 바람대로 동박이 배터리 핵심부품으로서 IRA 보조금 대상에 추가되면 주요 전기차 시장인 북미와 유럽에서 중국산 동박에 비교 우위를 가질 수 있다.

국내 동박업계는 이를 계기로 향후 북미 투자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SK넥실리스는 작년 절반 수준이었던 북미·유럽 시장 판매 비중을 9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SK넥실리스는 2025~2026년쯤 북미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동박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도요타통상과 합작법인을 설립한 만큼 공격적인 북미 투자가 진행될 예정이다.

SK넥실리스는 유럽에서도 독일의 배터리 제조사 바르타와 첫 전기차용 2차전지 양산 프로젝트에 필요한 동박 전량을 단독 공급하기로 합의하는 등 IRA 맞춤형 전략을 펼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북미, 스페인, 말레이시아 등에서 약 13만 톤의 생산 라인을 증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8년까지 글로벌 동박 생산량 24만 톤을 돌파한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저가 동박의 물량공세로 시장이 포화 상태였다"면서 "IRA에 동박이 포함될 경우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 제품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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