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입장문서 "어떠한 정치적 성향·의도와 무관"
내일 국회 국방위 앞두고 사건 정쟁화 차단 의도
[미디어펜=서동영 기자]고(故) 채 상병 순직 사건 처리 과정에서 윗선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자신의 정계 진출설을 부인했다. 

   
▲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사진=연합뉴스


박정훈 대령은 20일 법률대리인 김경호 변호사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저는 시작도 그러했고 지금도, 앞으로도 군인"이라며 "정치, 여야, 정무적 판단은 잘 모른다. 앞으로 알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박 대령은 "채 상병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과 추측이 난무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저는 어떠한 정치적 성향과 의도와도 무관하다"며 "저는 충성, 정의, 의리밖에 모르는 바보 군인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오로지 군인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제 명예를 되찾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마무리되면 군인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남은 군 생활을 조용히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쪼록 현 사태와 관련해 제 본심이 왜곡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정훈 대령이 이같은 입장문을 낸 이유는 오는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사건이 정쟁화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박 대령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해병 1사단장 등 8명이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국방장관 결재하에 경찰에 인계하려 했다.

국방부는 인계 보류 방침을 낸 뒤 박 대령이 이를 따르지 않자 그를 '집단 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이에 박 대령은 '사건 축소'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국방부 검찰단 조사를 거부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이에 여당에서는 박정훈 대령이 정치쇼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박 대령이 군 검찰단 조사를 거부한 것을 두고 "저질 3류 정치인이나 할 법한 망동"이라고 지적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박 대령이 군인인지 정치인인지 헷갈린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6일 채 상병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조만간 해병대사령부 방문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별검사 요구와 국방부 장관·차관·해병대 사령관을 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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