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리쇼어링 효과' 실종…뒤늦게 와도 '내재화'에 수출 타격 불가피
석화업체들, 친환경·고부가가치 방점 찍고 사업 차별화 시작
[미디어펜=조성준 기자]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 비중을 줄이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품목에 주력하는 전략으로 부진에서 탈출한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 등 석유화학 주요 4사의 올해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은 2조7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6% 줄었다. 특히 석유화학 영업이익은 1538억 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94%나 감소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새 활로가 필요한 상황이다. 장기 불황이 일시적이기보다는 중국의 석유화학 내재화에 따른 수출 감소 등 구조적인 문제에 있기 때문이다. 


◇ 쉽지 않은 중국 시장…탈중국 해외 진출 추진 

중국 시장은 지금까지 한국 석유화학의 주요 수출 시장이었지만 옛말이 되고 있다.

당초 업계는 중국 수요는 코로나19 펜데믹에 따른 현상으로 보고, 엔데믹으로 전환하면 수요 회복(리쇼어링)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 LG화학 여수 CNT 1,2,3공장 전경(노란색 우측 맨앞부터 순서대로)./사진=LG화학 제공


하지만 중국 정부는 코로나 엔데믹 2년여 기간 동안 기간산업 육성 차원에서 석유화학 분야를 집중 육성했다. 자국 내 에틸렌 등 기초 유분과 중간원료 자급률을 끌어올리는 정책을 펼쳤고, 올해에만 석유화학 기초원료 생산 공장이 20군데 이상 완공됐다.

특히 국내 업체들이 주로 기초 소재·반제품을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은 이를 완제품으로 만들어 세계 시장에 내다 파는 구조였다보니 중국의 내재화가 수출에 직격타가 되고 있다.

이에 올해부터 우리나라 석유화학 제품의 중국 수출은 본격적인 하락세에 들어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에 수출된 우리나라 석유화학 제품은 10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5% 줄었다. 중국의 석유화학 수출은 4월 -23.3%, 5월 -23.6%, 6월 -21.4% 등 전년에 비해 감소세 뚜렷하다.

업계에서는 중국에서 리쇼어링이 뒤늦게나마 시작된다 하더라도 내재화가 진행되는 중국 시장에서 예전같은 수요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 친환경 고부가 소재 개발…'신사업' 메인으로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방식을 탈피해 고부가가치 품목 중심 글로벌 수출 구조 구축에 힘쓰고 있다.

LG화학은 3대 신성장동력(첨단소재·친환경·바이오)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상반기에 R&D에만 9824억 원을 투입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약 25% 증액한 금액이며, 업계에서도 압도적인 수준이다.

LG화학은 또한 지난 3월 3100억 원을 투자해 충남 당진시 석문국가산업단지에서 연간 2만t 이상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 롯데케미칼 전남 여수 공장./사진=롯데케미칼 제공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매출 50조 원, 탄소 감축 성장을 목표로 플라스틱 재활용과 바이오 플라스틱 등 친환경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다른 업체들과 비교해 신사업 범위를 넓히기 보다는 친환경 플라스틱에 역량을 끌어모으고 있다.

한화솔루션 태양광 발전소 등 신재생 에너지를 키워 석유화학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친환경 분야에 5조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미국 조지아주에 총 3조4000억 원을 투자해 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생산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친환경 소재에 중점을 두고 2030년까지 친환경 사업 비중을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올해 하반기 중으로 자연 분해되는 생분해성 NB라텍스 시제품을 출시하고, 내년에는 식물성 원료를 기반으로 탄소 배출을 줄인 '그린 NB라텍스' 시제품도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고부가가치 추진의 일환으로 타이어 첨단 소재 개발도 진행 중이다. 오는 2025년 고기능성 합성고무 SSBR(솔루션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에 RSM을 적용한 'eco(에코)-SSBR' 상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석유화학 내재화로 범용제품의 역내 공급과잉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수출에 있어서 중국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면서 고부가가치 품목 및 신사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