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한 공립유치원인가, 교직원 자리를 위한 공립유치원인가
미디어펜은 유아교육, 유치원교육이 살아나야 나라가 산다는 취지에서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현재 전국 각지의 유치원에서 행해지는 3~5세 아이들을 위한 유아교육은 공교육이 아니라 정해져 있는 교과서가 따로 없다. 유치원 유아교육은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아이들의 창의력과 다양성을 기르기에 최적인 교육과정이다. 교사들의 열정과 관심, 학부모의 선택을 받기 위한 노력이 어우러져 아이들은 자라난다. 미디어펜은 향후 한달 간의 기획기사 연재를 통해 아이들과 교사들, 현장과 관련 통계에 초점을 맞추고, 교육부․지방교육청이 주도하는 유아교육의 맹점과 한계, 개선안을 도출해내고자 한다.

 

   
▲ 김규태 미디어펜 기자

인구절벽 아랑곳 않는 공립유치원 증설…미래세대 부담 [2]

[미디어펜=김규태기자] 2015년 상반기 정치사회 부문, 최대의 화두는 공무원연금개혁이었다. 여야 및 공무원집단 등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공무원연금개혁 과정에서 문제의 본질로 꼽혔던 것은 ‘인구절벽’이었다. 인구절벽은 2015년 들어 유행하기 시작한 신조어로 인구노령화의 급작스런 양상을 말한다.

일본에 이어 인구노령화 되어가는 한국은 일본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인구노령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인구노령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출산율 저하다. 출산율 저하는 계속되는 저성장 기조 및 사회구성원들의 의식 변화로 인한 사회현상이다.

15년째 1.5명 이하의 ‘초저출산’ 늪에 빠져 있는 한국이다. 연도별 출생아수는 2002년 50만 명의 벽이 깨진 뒤(49만 5000명)로 2005년 43만 8000명을 거쳐 지난 2014년에는 41만 9000명을 기록했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유초중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83만 7000명(10.8%) 줄었다. 특이한 것은 이러한 추세에 역행하고 있는 유일한 교육과정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유치원 교육’이다.

   
▲ 유초중등 학급수, 학생수, 교원수 및 교육부 유초중등 예산. 소비자물가지수 통계수치. /제작: 미디어펜, 자료 참조: 교육통계서비스(http://kess.kedi.re.kr/index),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https://ecos.bok.or.kr/)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지난 4년간 유치원 연령대상인 3~5세 아이들의 인구 증가는 3.1%에 그쳤으나 유치원에 다니는 원아들은 21.2% 증가했다. 유치원 학급과 교원은 원아 인원 등 교육수요에 비해 더욱 빨리 늘고 있다. 같은 시기에 각각 28.7%, 33.1% 늘었다. 증가율로 따지면 수요에 비해 공급이 10배에 달하는 증가폭을 보인 셈이다.

장기적으로 출생아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의 유치원 공급은 비정상적으로 과다 공급되고 있다는 것이 현장교사들과 원장들의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영아(0~2세)를 둔 여성의 보육시설 이용률이 취업률보다 높은 OECD 유일의 나라다.

한편 교육부 및 보건복지부 등 정부부처의 재정지원은 성과와 관계없이 전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제공되고 있다. 부모에 대한 정부부처의 재정지원은 현재 자녀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는 경우 정부지원 단가가 전액 제공되고, 가정에서 양육하는 경우에는 연령에 따라 10만~20만 원의 양육수당이 지원되는 구조이다. 보육지원이 이 두 가지로 제한됨으로써, 부모로서는 전적으로 가정이든 보육시설이든 양자선택만이 가능한 셈이다. 이는 “불필요한 시설수요, 교육공무원 증가를 부추기게 된다”는 지적이 있다.*

이는 누리과정 등 무상보육의 일환으로 2012년부터 시작된 수요자 지원제도가 유치원의 과다 공급 추세를 더욱 부추겼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 연도별 공립 단설유치원 수. /자료출처: KDI Focus 2013년 8월 20일 통권 제34호(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

연도별로 공립 단설유치원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2008년 101개, 2009년 116개에 불과하던 공립 단설유치원은 2010년 132개로 증가하기 시작해서 2014년에는 228개에까지 이르렀다. 초등학교 부설인 병설과 단설유치원, 3개 국립 유치원을 모두 합하면, 2014년 국공립 유치원에 다니는 취원아 수는 14만 8269명(대상자 주민등록인구 3~5세 대비 실제 이용률은 10.7%)이다.

교육수요는 3% 늘었는데 시설, 인원은 30% 늘어
공립 단설유치원은 72% 증가

공립 단설유치원 1개소 신설에는 지역에 따라 30~50억 원의 국가예산이 투입된다. 초등학교 교실을 리모델링해서 신설하는 병설유치원에는 학급당 1억 원 가까이 되는 예산이 들어간다. 현재 교육부에서는 지난 10년간 병설유치원 학급이 얼마나 늘어났는지에 대한 통계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공립 단설․병설유치원 신설에 따라 늘어나는 예산은 ▲시설 증개축 비용뿐만이 아니다. 각 공립유치원에 대한 교원을 증원해야 한다. 이들 모두 교육공무원이다. ▲공무원 인건비가 들어간다. 공립유치원을 지원하기 위한 ▲행정직원 등의 고용은 별도로 추가된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기자가 밝힌 각 항목에 대한 세부 예산내역은 소관부처인 교육부에서 지금껏 정확히 공개한 바 없다. 다만 이를 포함한 총 유아교육 예산의 증가추이는 다음과 같다.

   
▲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유아교육 예산 증가추이. 단위는 백만원. /자료출처: 유아교육 연차보고서 2013-2014. 육아정책연구소.

2009년부터 2014년까지의 유아교육 예산이다. 2009년 1조 2358억 원이던 유아교육 예산은 2014년 5조 3042억 원까지 늘어났다.

연간 4조원 이상의 국가예산이 누리과정 지원, 공립유치원 신증설, 공립유치원 교원 인건비로 추가로 들어가게 됐다. 올해에도 역시 5조 이상의 유아교육 예산이 예정되어 있다.

연간 5조 원 이상의 예산을 들이고 있지만, 이에 대한 효과는 의문이다. 지난 5년간(2009~2014년) 국공립 유치원 이용률은 9.3%에서 10.7%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5년간 4조원을 추가로 투입하여, 연간 2만 여명의 아이들이 공립유치원에 더 다니게 되었다. 유치원 교원 수는 4년 전에 비해 1만 2000명 이상 늘었다(3만6461명에서 4만8530명으로 증가). 아이들을 위한 공립유치원인지, 교직원 자리를 위한 공립유치원인지 헷갈릴 정도다. 유치원은 공교육, 의무교육이 아닌데 말이다.

* 보육, 유아교육 지원에 관한 9가지 사실과 그 정책적 함의. 윤희숙 外. KDI Focus 2013년 8월 20일 통권 제3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