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낮추고 공모희망가 하향…내달 코스닥 입성 목표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작년 11월 우여곡절 끝에 코스닥 상장을 철회했던 밀리의서재가 주식시장 입성을 재추진한다.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탓에 작년에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명분을 얻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 몸값을 대폭 낮춰서까지 상장을 ‘해야만’ 하는 배경에는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계약 관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작년 11월 우여곡절 끝에 코스닥 상장을 철회했던 밀리의서재가 주식시장 입성을 재추진한다. /사진=밀리의서재


22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밀리의서재가 코스닥 상장 철회 약 9개월 만에 다시 공모절차를 밟기로 했다. 지난 21일 회사 측은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 14일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상태다. 지난 6월1일 거래소 측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심을 청구한지 약 반년 만이다. 

밀리의서재는 마켓컬리‧오아시스마켓 등과 함께 IPO를 추진했지만 끊임없는 과대평가 논란에 시달렸다. 결국 작년 11월 기약 없는 상장 철회를 공지했지만, 실적이 호전되면서 다시 한 번 ‘판’이 깔렸다.

이번 공모계획을 보면 몇 가지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총 150만주를 공모하는 이번 IPO에서 공모 희망가격은 2만원~2만3000원으로 책정됐다. 작년 상장추진 당시 200만주를 2만1500원~2만5000원 구간에서 공모하려 했음을 감안할 때 눈높이를 낮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공모가 기준 공모자금은 300억~345억원 수준이다. 즉, 스스로 ‘몸값’을 낮췄다는 게 이번 재도전의 주요 특징이다.

IPO의 형식도 달라졌다. 기술특례 방식이 아닌 일반상장 트랙을 택했다. 여기에는 실적 호전이 도움을 줬다. 밀리의서재는 작년 매출 458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 42억원을 시현하며 전년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 실적은 매출액 260억원, 영업이익 50억원으로 이미 작년 전체 수준에 도달했다. 이러한 자신감이 재도전의 발판이 된 것으로 보인다.

IPO 시장이 어느 정도 활기를 회복한 점도 밀리의서재가 상장을 재추진하는 배경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6월 이후 신규상장주들의 상장당일 가격 변동폭이 50~400%로 대폭 확대되면서 최근까지 IPO 종목들이 시장에서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계획에 따르면 밀리의서재는 내달 7~13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같은 달 18~19일 이틀간 일반투자자 대상의 공모청약을 실시한다. 상장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며, 내달 안에 상장하는 것이 목표다.

일각에서는 밀리의서재가 몸값을 낮춰서까지 상장을 추진해야만 하는 데에는 따로 이유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2021년 밀리의서재는 KT 계열사인 지니뮤직에 인수됐다. 이 당시 지니뮤직은 밀리의서재 FI들이 보유한 구주 일부를 사들이면서 계약을 체결했다. 

복수매체 보도에 따르면 해당 계약에는 ①3년 이내에 상장을 추진해야 한다 ②상장을 추진하지 못했을 경우 주당 25만원의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심지어 상장 미추진시 투자자가 최대주주 지분까지 끌어와서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조항(동반매도청구권)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니뮤직으로서는 상장에 필사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몸값을 낮췄기 때문에 (밀리의서재) 상장 가능성은 작년에 비해 높아졌다고 볼 수 있겠다”면서도 “작년에 흑자를 낸 점은 긍정적이나 상장주관사(미래에셋증권)가 애초에 추정했던 만큼의 호실적은 아니었기에 평가가 엇갈릴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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