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국 중 EU·미국·일본 승인 남아…EC, 화물 독점 문제 지적
코로나 기간 화물 운송 중요성 대두…2021년 화물 사업 매출 70% 이
[미디어펜=김연지 기자]당초 8월 초쯤 판가름이 날 것으로 예상됐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8월 중순이 된 지금까지도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기류 변화에 따라 올해 안에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작업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합병을 위해 승인을 필요한 주요 14개국 중 한국을 포함해 11개국의 승인을 받은 상태다. 

두 회사의 합병은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이 장기화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EU 경쟁당국이 화물 독점 문제를 지적하면서 승인 심사를 미루는 상황이다.

앞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지난 5월 중간심사보고서를 통해 화물 부문에서 합병될 대한항공이 유럽경제지역(EEA)과 한국 사이 가장 큰 운송업체가 돼 서비스 가격이 오르거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 대한항공 항공기./사진=대한항공 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 등의 시정조치안에 대해서는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시정조치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경쟁당국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화물 관련 시정조치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화물 운송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2021년 기준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화물 사업은 각각 항공운송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실제로 코로나19 기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화물 운송을 통해 많은 수익을 냈고, 그런 부분이 유럽연합이나 미국 측에서 볼 때 위협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의 기업결합 절차가 순탄치 않자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무산, 산업은행의 아시아나 제3자 매각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의지는 확고하다. 대한항공은 경쟁당국과 원만하게 시정조치 협의를 완료하고 최종 승인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 아시아나항공 항공기./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양사의 합병에서 실익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우선 지배구조가 안정화될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통합이 무산돼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을 처분하게 되면 경영권 분쟁이 불거질 수 있다. 앞서 한진그룹은 산업은행의 지원을 통해 경영권 분쟁을 수습할 수 있었다.

황 교수는 "한진그룹이 경영권 분쟁으로 어려웠던 시기에 산업은행이 들어오면서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안정화가 일단락됐었다"고 말했다.

당초 업계 일각에서는 이르면 올해 안에 합병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지만 기업결합 절차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황 교수는 "계속해서 이슈들이 나오면서 합병이 지연되고 있다. 과정이 생각보다는 순탄치 않은 상황"이라면서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경쟁사가 없어지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 합병으로 대형 항공사 하나가 없어진다는 것은 경영 전략 관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1국 1국적기 체제로 만드는 것이 대한항공에게 득이 되는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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