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없는 비상영영 모두의 실패…배임죄 족쇄도 풀어야
박근혜 대통령의 8.15 특별사면의 범위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 총수들의 특별사면이 이뤄질 것인지에 대해 많은 국민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자유경제원은 22일 오전 긴급좌담회 <기업인 사면, 어떻게 볼 것인가?>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왜 현 시점에서 기업인들에 대한 특별사면이 진지하게 고려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법리적·논리적 검토가 오갔다.

패널로 참석한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대통령의 사면 언급에 대해 이는 가뭄에 비 같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교수는 일반범죄보다도 기업이 관여하는 행정규제위반 범죄가 압도적으로 많고 그 기소율이 60%로 일반범죄의 기소율 30%의 배에 이른다면서 "기업인이 과잉형법의 표적물이 되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총수에 대한 사면도 반드시 필요하며 사면은 단기적 경제성장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기업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즉 사면이 하나의 복지정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다.

아래는 최준선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최준선 교수

지난 주 그리스 발 불안과 중국 증시의 급등락 등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국내에서는 배신이다, 하극상이다, 뒤숭숭하기만 하였다. 이번 주에 들어 독일의 메르켈 총리, 중국 지도부, 그리고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덕분에 문제가 진정되거나 이슈가 소멸하였다. 여당 대표의 현명한 판단도 한 몫을 하였다.

때맞춰 박대통령은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 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였다. 박대통령은 “올해를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여러 어려움에 처한 대한민국의 재도약의 원년(元年)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사면 이유를 설명했다. 가뭄에 비 같은 소식이다. 환영한다.

기업인은 과잉형법의 표적물이다

야당은 이번에도 기업인에 대한 사면은 반드시 제외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 사면에 대한 기준이 들쭉날쭉하여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였다. 근래 기업인의 자살 사건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로비가 사면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사실도 밝혀졌다. 이런 전례에 비추어 보면 야당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따라서 납득할만한 사면의 기준과 절차가 먼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야당이 주장하듯이 기업인에 대한 사면은 반드시 제외되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누구든지 그 기준에 부합한다면 사면이든 가석방이든 허용되어야 한다. 기업인이라고 제외하는 것은 부당하다. 차라리 국회의원의 사면은 절대적으로 금지하여야 할 것이 아닌가? 국민은 대체로 의회를 불신하고 국회의원들을 싫어한다. 국민의 여론에 따른다면 국회의원의 사면은 절대적으로 그리고 영구히 금지하여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펄쩍 뒬 것이다.

자신들만 사면에서 제외하면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면서 말이다. 그것처럼 기업인만을 사면에서 제외하는 것도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 기업인의 사면은 과잉형법의 영향이 크다. 기업인은 “형사책임의 올가미”에 엮어 넣을 ‘움직이는 목표물’이다. 기업인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냥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자칫 바람만 불어도 교도소 안으로 굴러 떨어진다. 일반범죄보다도 기업이 관여하는 행정규제위반 범죄가 압도적으로 많고 기소율도 60%로서 일반범죄의 기소율 30%의 배에 이른다. 기업인의 경영판단의 실패에 대한 형사책임을 부과하면 기업가정신은 무력화된다.

이는 사회 전체에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기업의 경쟁력, 결국은 국가 경쟁력은 추락하고 한국 경제의 미래를 암담하게 만들 뿐이다.

기업총수에 대한 사면도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총수에 대한 사면에 대하여도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과거의 예를 보면 총수를 사면해도 경제가 나아지지 않았다는 주장, 평소에는 투자를 않다가 감옥 가고, 사면되면 비로소 투자를 할 것처럼 읍소하는 심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항변도 있다.

그러나 경제라는 것은 본래 총수 몇 사람의 사면으로 갑자기 좋아지거나 나빠지지는 않는다. 기업총수에 대한 사면의 취지는 ‘오너 리스크’를 해소하고 사회 전반의 기업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것이다.

   
▲ 자유경제원은 22일 오전 긴급좌담회 <기업인 사면, 어떻게 볼 것인가?>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인이 과잉형법의 표적물이 되는 경향이 있다"며 사면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자유경제원

주인이 없는 기업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임직원 모두가 긴장하고 분위기는 어수선하며, 간부와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진다. 비상체제에서는 아무래도 내실을 중시하는 경영 방침을 세울 수밖에 없으므로 일시적으로 영업실적이 나빠지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과거의 예를 보면, 경제위기 이후 오너경영이 대폭 증가했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이는 경제위기를 돌파할 때는 오너의 존재가 절대로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경제위기의 국면에서는 오너만이 과감한 경영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현재의 경제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사면을 거론한 것이라 본다.

배임죄 족쇄도 풀어야 한다

기업인 또는 기업총수가 저질렀다고 하여 기소되는 죄명은 대부분 횡령죄·배임죄이다. 과거의 자료를 보면 부도낸 기업주는 형사처벌을 받는 예가 많았다.

2000억원의 사재까지 출연한 웅진그룹 회장도 그랬고 STX의 회장도 그랬다. 죄목은 배임죄이다. 기업이 부도내지 않아도 흔히 배임죄의 처벌을 받는다. SK 그룹의 회장과 부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등 기업인들에게 공통으로 적용된 죄목도 배임죄다.

배임죄가 존재하는 나라도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독일법계 몇몇 나라와 일본 및 한국뿐이지만, 독일 등과 일본은 조문상에만 존재하는 것이지 실제로 기업인이 배임죄로 처벌받는 예가 거의 없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에 갑자기 기업인에게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매우 시대착오적인 죄목이 배임죄이다. 배임죄의 본질은 배신이고 배신은 윤리 문제이며 윤리 문제는 민사적 구제수단으로 충분한 것이며 이를 반드시 형사적으로 처벌할 이유가 없다. 조선시대에는 부녀자가 죄 없이 강간을 당해도 화간과 같은 처벌을 받고 이혼사유가 되었으며, 지니고 있던 은장도는 무엇에 쓰려 했느냐는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채무를 변제하지 않아도 곤장형에 처하여 형사처벌을 받았다. 윤리문제를 형사범으로 처리하는 것은 이와 같이 구시대적인 것이다. 특히 기업인에게 재산형도 아닌 자유형(징역 등)에만 처하여 본인과 가족, 나아가 기업 전체에 크나큰 타격을 주는 배임죄는 이제 폐지되어 야 한다.

사면은 복지정책이다

지난 대선 때 모든 후보가 복지경쟁을 하였다. 맞춤형 복지팀이 우승하였다. 그 팀이 현 정부이다. 사소한 범죄를 저지르고 평생 범죄자로 불행한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을 구제해 주는 것, 그래서 자력갱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복지요 최고의 맞춤형 복지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 중 1,037만명을 사면하였다.

   
▲ 배임죄가 존재하는 나라도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독일법계 몇몇 나라와 일본 및 한국뿐이지만, 독일 등과 일본은 조문상에만 존재하는 것이지 실제로 기업인이 배임죄로 처벌받는 예가 거의 없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에 갑자기 기업인에게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사진=자유경제원

박 대통령은 임기 중반이 지나도록 겨우 5천 9백여 명 정도를 사면하였다.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겠다는 대선공약을 실천한 결과이다. 그러나 남용을 말아야지 아예 하지 않는 것은 맞춤형 복지공약 위반이다. 전과자에게 맞춤형 복지란 사면인 것이다. 사면의 문제점은 개선하되 범죄자도 포용하는 성숙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본래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강력범·흉악범·민생을 해치는 사기범을 제외하고 경범죄나 경제범에 대하여는 사면제도를 적절하게 활용하여야 한다. 국민이 미워하는 정치인도 예외일 수 없으며, 기업인이나 기업총수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법 앞에 평등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