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정 기자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최근 북한이 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치른 뒤 투표율 99.9%에 찬성률 100%를 기록했다고 선전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을 사고 있다.

보통·평등·직접·비밀 선거를 원칙으로 하는 민주선거에서 100% 찬성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인데도 북한은 버젓이 이를 과시할 정도이니 ‘기행(奇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북한은 지난 19일 지방의회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반·평등·직접 원칙에 따라 비밀투표를 시행한다고 선전했다. 선거 소식을 전한 북한 방송이 인터뷰한 한 북한 여성은 “찬성의 한 표를 바쳤다. 저와 같은 평범한 여성들이 나라의 대의원이 다 되고 정말 생각되는 것이 많았다”고 말했다.

북한의 선거제도는 노동당이 지명한 단일 후보에 대한 찬반투표 형식이므로 반대표가 나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기표소가 아예 없어 주민들이 투표용지를 받아든 뒤 김일성·김정일 사진에 인사를 하고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곧바로 집어넣는 식이다.

북한 선거에서 사용되는 투표용지에는 노동당이 지명한 단 한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고, 이 투표용지를 받아서 그대로 투표함에 넣으면 찬성표가 된다. 만약 반대를 하려면 용지에 펜으로 선을 그어야 하는데, 이런 행위는 금방 눈에 띄므로 사실상 할 수 없다.

투표함 바로 앞에 당에서 선출된 두 명의 감시자가 앉아있기 때문에 투표용지에 펜으로 선을 긋는 행위는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것이다.

   
▲ 19일 북한 전국 각지의 모든 선거장에서 도·시·군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촬영,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정통한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선거에서 반대투표를 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지만 만약 반대투표를 하다가 적발될 경우 반당·반혁명 분자로 몰려서 사형을 당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북한 당국이 100% 투표율을 강조하는 바람에 주민들은 무조건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당국 몰래 중국으로 나가서 돈벌이를 하던 탈북자도 선거가 있다고 하면 무조건 북한으로 돌아갔다가 재탈북하는 현상도 벌어진다.

심지어 보위부나 보안부도 체포 대상이 있어도 선거 때가 임박하면 선거를 치른 뒤 체포하겠다고 공지를 할 정도라고 하니 잠적했던 범죄자도 선거에는 참가할 정도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하지만 이런 기현상은 북한 주민들의 정치참여에 대한 인식이 강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선거 때 부재했다가 반대투표로 몰릴 경우 정치범으로 낙인찍힐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중국으로 탈북했다가 선거 때 불참한 탈북자들이 정치범으로 몰려 사형될까 두려워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도 나왔다.

북한에서 선거일은 반드시 일요일로 지정하고 있다. 또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여성들은 무조건 한복을 입고, 남성들은 정장 차림으로 하루종일 선거장에서 춤을 추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번에 김정은 체제 들어 4년만에 처음으로 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치르면서 전국 곳곳에서 이런 분위기가 연출됐다. 북한은 선거 때마다 ‘인민주권의 실행’을 내세워 정책적으로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 있지만 외부에서 바라볼 때 어리둥절할 뿐이다.

북한이 이번 선거를 치른 뒤 100% 찬성률을 대대적으로 선전하자 미국 국무부와 영국 정부는 즉각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비밀투표가 아니므로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BBC와 CNN 등 주요 외신들도 “북한이 정권의 정당성 과시를 위해 주민들을 선거에 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냉전시대 북한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체코마저 22일 외무부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선거가 국제법에 따라 유권자의 자유로운 의사 표명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현재 북한은 대의원뿐 아니라 당 비서 선거를 비롯해 직업동맹, 청년동맹, 여성동맹, 농업근로자동맹, 소년단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체에서 비서, 위원장, 위원을 투표로 선출하고 있다. 여기서도 반대의사를 표시할 경우 당사자는 정치범으로 처벌을 받고 가족은 추방되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