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공천 불신 문턱 개방해야…낮은 투표율·비용 증가 문제
20대 총선이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는 공천 방식을 두고 큰 틀에서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사실상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줌으로써 공천 민주주의, 나아가 정당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정치개혁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 신인보다 인지도와 조직력에 앞서는 현역 의원들에 유리하여 기득권 유지수단으로 전락될 가능성과 역(逆)선택, 비용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게임의 룰’, 오픈프라이머리 제도의 실현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를 초청하여 논의했다. 바른사회는 지난 2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19대 국회 혁신 시리즈 <공천 혁신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 실현가능한가> 2차 토론회를 열었다. 아래 글은 패널로 참석한 이현출 前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이현출 前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실현 가능한가?

발표한 박명호 교수는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가 실현 가능한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토론자는 “왜 오픈프라이머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한국의 선거에서 상향식 공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며, 2002년 대선에서 국민경선제가 도입된 이후 제17대 총선과 제19대 총선에서 다양한 방식의 상향식공천제가 시도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하는가?

이는 첫째, 기존의 공천방식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제19대 총선의 경우 여야 모두 상향식 공천 원칙을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공천결과를 보면 단수공천이나 전략공천 등 비경선 사례가 훨씬 많다. 또한 공천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공천헌금의 문제, 낙하산 공천의 문제, 밀실공천이라는 비판 등에서 한 번도 자유로웠던 적이 없다. 따라서 오픈프라이머리는 공천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확대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사진 왼쪽)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각각 열린 시도당위원장회의와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둘째, 공천의 개방성을 높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추세이다. 그간 한국의 공천방식을 살펴보면 제17대 총선에서 국민경선을 통한 상향식 공천이 도입된 이후 제19대 총선에서 국민경선 외에 모바일 투표와 인터넷 투표, 여론조사 등 다양한 방식의 상향식 공천이 시도되는 등 공천의 개방성이 확대되는 추세이다. 해외사례를 보더라도 2012년 프랑스 대선에서 국민경선제가 도입되었을 뿐 아니라 영국의 노동당이나 독일 사민당 등 중도좌파 정당에서도 당원 외에 일반 유권자나 지지자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의 하나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그 내용은 대선과 총선, 지자체장선거에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고 본 선거 이전에 특정한 날을 지정하여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하는 국민경선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공직선거법개정법률안이 제19대 국회에 7건 발의되어 있으며, 그 내용은 공직선거(법률안마다 선거대상은 다름)에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경선제를 도입하고 그 관리는 선관위에 맡긴다는 것이다.

   
▲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추경 처리를 위한 본회의 소집 일정과 국회 차원의 국정원 해킹 의혹 조사 방안 관련 의사일정 등을 협의하기 위해 회동을 갖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가장 최근에는 새누리당의 입장을 반영한 나경원의원 안과 민주당의 박영선의원 안이 발의되었는데, 나경원의원 안의 경우 내년에 실시되는 총선부터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고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기간을 1년으로 늘리며, 여성 할당제와 여성 가산점제를 강화함으로써 여성에게 불리한 점을 보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박영선의원 안의 경우 대선, 총선, 지자체장선거에서 결선투표식 예비선거제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데, 정당과 무관하게 예비선거에서 다수 득표한 2명의 후보자가 본 선거에 출마하도록 하되 예비선거에서 1위 득표자가 과반 득표한 경우 별도의 본 선거 없이 당선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발표자의 지적처럼 오픈프라이머리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1) 현직효과, 2) 낮은 투표율, 3) 선거비용의 증가. 4) 여성 등 소수자에게 불리한 선거방식, 5) 역선택의 가능성 등 문제점은 많다. 따라서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할 경우 예상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 또한 필요하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현직효과의 경우 현행 공직선거법의 제약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시도당위원장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현행법은 예비후보자의 경우 선거일전 120일부터 예비후보자 등록과 선거운동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예비후보자 등록일을 앞당기거나 선거운동기간에 대한 규제를 없애 비현직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 또한 여성 등 정치적 소수자에게 불리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여성 가산점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여성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당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며, 단기적으로는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더라도 일부 전략공천을 허용함으로써 여성 등 정치적 소수자의 대표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할 경우 반드시 경선방식을 법제화할 필요는 없다. 정당의 당헌·당규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할 수 있다. 다만 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여야 모두 참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법제화의 수준을 어느 정도까지 유지할 것인지, 정당의 공직 후보자 추천권에 참여할 수 있는 범위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지 등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이현출 前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