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무력력화는 대한민국 안보 위협…관련법 합법화 필요
   
▲ 정다현 민주평통 자문위원

정권이 아니라 정보를 위한 감청이 필요하다

2010년, 국정원 직원의 전 부인이 남편의 급여와 퇴직금 내역을 공개하라며 국정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했다. 대법원은 배우자라도 국정원 직원의 급여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냈다. 배우자에게 월급도 공개 못하는 국정원이지만 최근 이탈리아 해킹팀(HT)에서 휴대폰 해킹프로그램 구입사실은 인정을 해버렸다. 이 프로그램을 구입한 35개 나라, 97개 정보기관 중 어느 정보기관도 공식적으로 구입을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정보기관인 국정원은 비밀업무에 대해 여론 재판과 야당 정보위 의원들의 정보공개 요구 등의 정략적 접근을 정면돌파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구매인정을 한 것이다. 이에 실무를 책임졌던 팀장급 임모 과장이 압박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그의 자살은 많은 이들에게 당혹감을 안겨줬다. 누리꾼과 일부 언론들은 그의 죽음 이후에도 계속해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정원이 HT에 보낸 메일 중 카카오톡과 알약을 뚫을 수 있는지 문의한 내용에 관련해서도 이야기가 많다. 북한보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두 프로그램에 대한 해킹이 왜 필요하냐는 의문이다. 사실 한번만 더 생각해보면 이 의문은 의외로 쉽게 풀린다. 국정원의 주 업무 분야는 북한 그리고 우리나라 내부에 숨어있는 간첩들이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디있느냐’고 한 대선후보도 있었지만, 인정해야한다. 간첩은 분명히 있다. 서독의 ‘독일 통일의 아버지’로 불리는 빌리 브란트 前 총리의 총애를 받던 비서, 권터 기욤이 통일 이후 동독의 간첩임이 드러나자 빌리 브란트는 총리직을 내어놓았다. 상상도 못할 곳에 있는 간첩에 대한 수사범주는 ‘간첩이 있는 모든 곳’이어야 한다.

   
▲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이 2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은 21일 "국가정보원은 진실규명 노력을 정치공세로 몰아세우는 공작을 멈추고 자료제출 요청에 성실히 임해달라"고 밝혔다. 국정원의 관련 조치가 새정치민주연합을 정치공세로 몰아세우려는 공작이라는 지적이다. /사진=미디어펜

북한은 20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인터넷 선전 및 선동 매체인 우리민족끼리에 「싸이버범죄자들은 응당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올렸다. 북한은 논평에서 국정원의 해킹장비 도입을 비난하며 “괴뢰정보원이 이 장치를 들여온 목적은 다음으로 우리 공화국에 대한 싸이버테로를 감행하려는데 있다"며 지금까지 "87개의 해외콤퓨터와 손전화기(휴대폰)에 이 해킹프로그람을 사용하였으며 그 대다수가 우리와 련계된 IP에 사용하였다고 실토하였다"고 했다. 역설적으로 북한이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의 정당성을 증명해준 샘이 되었다. 북한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핸드폰을 2만개나 해킹한 시점에서 ‘정당한 감청’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국정원이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방첩수사에만 집중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보기관의 민간인 도청은 전례가 있다. 김대중 정부시절, 임동원·신건 국정원장은 1800명을 상시 도청했다. 또한 의약분업, 금융노조파업, 각종 게이트 및 대선후보 경선 등의 사건이 생길 때 마다 집중적으로 도청을 해 보고를 올렸다. 이는 2005년 국정원의 휴대폰 불법감청에 대한 대국민사과라는 결과를 낳았다. 더 멀리 김영삼 정부에서도 국정원 ‘미림팀’의 연간 5000여명에 대한 ‘도청’이 있었다. ‘감청’이 ‘도청’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명확한 법제마련이 필요하다. 불법 감청 가능성이 있는 ‘해킹 프로그램’ 자체를 있어서는 안 될 물건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경찰 및 군인들이 가지고 있는 총도 위험하고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물건이지만, 범죄자 혹은 적과 싸우기 위하여 명확한 관리 수칙 아래 사용한다. 이와 같이 해킹 또한 ‘불법 해킹’, ‘불법 도청’을 막기위해 오히려 적극적으로 법제화 시켜야만 한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와 안철수 국정원 불법사찰의혹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가칭)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불법 해킹프로그램 시연 및 악성코드 감염검사에 대화를 나누며 참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자살을 택한 국정원 임모과장은 유서에서 육군사관학교 생도인 딸에게 “아빠처럼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언급했다. 다른 부분에 대한 가치판단을 떠나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각오로 존재하는 정보기관이, 정권이 아니라 정보를 위하여 합법적으로 노력할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한다. 개인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고 국가기관의 불법감청 요소를 원천차단하며 합법적 휴대폰 감청을 보장해주는 법안의 국회통과가 절실히 필요하다. /정다현 민주평통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