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등장한 '조 단위' IPO에 시장 '술렁'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두산로보틱스가 지난 23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코스피 상장 출사표를 던졌다. 오랜만에 등장한 ‘조 단위’ 대어급 신규상장(IPO)에 시장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로봇 섹터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호의적 전망도 있지만, 수급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하며 오히려 거래가 위축될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 두산로보틱스가 지난 23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코스피 상장 출사표를 던졌다. /사진=김상문 기자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IPO 일정을 구체화했다.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내용이었음에도 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워낙 덩치가 큰 대어급 회사인 만큼 하나의 종목이라기보다는 로봇 섹터 전반에 대한 수급 차원에서의 기대감도 엿보인다. 워낙 오랜만에 등장한 ‘조 단위’ IPO여서다.

일단 공모 내용부터 ‘체급’이 다르다. 구주매출 없이 전액 신주모집(1620만주)으로 진행하며, 희망 공모가액 밴드는 2만1000~2만6000원으로 제시됐다. 예상 공모금액은 3402억~4212억원이며,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공모가 하단 기준 1조3000억원 수준이다.

상장주관사도 여럿이서 ‘주관사단’을 꾸렸다. 공동대표주관은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맡았고 NH투자증권과 KB증권, 크레디트스위스는 공동주관사에 이름을 올렸다. 또 키움증권과 신영증권, 하나증권, UBS는 인수회사로 참여한다.

지난 2015년 출범한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양산을 시작한 2018년부터 줄곧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오고 있는 회사다. 2021년 이후에는 세계시장(중국 제외)에서 4위에 올라 있다. 업계 최다인 13개 라인업을 바탕으로 제조업과 서비스, 의료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 중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주식시장은 ‘두산’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들어오는 새로운 로봇주에 대해 복합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선 비슷한 선례로 생각할 수 있는 회사는 레인보우로보틱스다. 지난 2021년 2월 상장 이후 삼성그룹의 인수‧합병(M&A)설이 끊임없이 돌았던 이 회사는 그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고, 결국 삼성전자가 제2주주로 등극하면서 로봇 섹터의 ‘대장주’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는 2차전지 분야가 분위기를 주도하다시피 하다 최근 들어서는 초전도체‧맥신 등으로 분위기가 넘어간 상태다. 로봇‧우주항공‧원전 등 정부정책과 연관 있는 섹터들에 대한 관심은 다소 줄어든 편이다. 이런 가운데 새롭게 시장에 등장하는 두산로보틱스가 로봇 섹터 수급을 들어올리며 새로운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물론 일각에선 다른 시선도 제기된다. 메기를 기대했던 두산로보가 오히려 ‘수급 블랙홀’ 역할을 하며 기타 테마들에 대한 자금줄을 말려버리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조 단위 IPO가 성사된다는 것만으로도 신규상장 시장이 어느 정도 침체를 탈출했다는 신호가 될 것이기에 그 자체로 긍정적”이라면서 “로봇 섹터 역시 정부정책이 꾸준히 이어짐은 물론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로봇 출시 등 관심이 유지될 만한 이슈들이 많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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