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S 기반의 ‘일학습병행제’ 확산시켜 새로운 패러다임 창출해야
   
▲ 김흥기 교수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은 본인이 주재한 회의에서 “젊은이들이 학벌이 아니라 꿈과 끼를 가지고 자기가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학습병행제와 NCS(국가직무능력표준)가 능력중심사회 구현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에서는 스펙이나 학력보다는 능력이 우대받는 능력중심 사회를 구현하고자 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 일학습병행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이 자랑이 아니라 자조가 되어버린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그나마 희망을 안겨주는 정책이라고 여겨진다.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 5포(취업·주택 포기)를 넘어 7포(인간관계·희망 포기)세대라 불리는 청년들이 TV드라마 ‘미생’ 속 주인공 장그래 보다 못한 처지에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딛는 현실은 매우 안타깝다. 이제 스펙보다는 능력이 중심이 되어야 하며 능력의 중심에는 지식과 기술이 뒤따라야만 한다.

NCS는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지식, 기술, 태도)을 국가가 산업부문별, 수준별로 체계화한 것으로 산업현장의 지침서라 할만하다. 능력중심 사회의 구현을 정부 주도를 넘어서서 방송통신인적자원개발위원회 등 ‘산업별’ 인자위를 통해 산업특성을 반영하고 ‘지역별’ 인자위를 통해 전국적 확산을 도모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오랜 기간 거쳐 산업계에서 자연 발생한 것을 NCS를 통해 확산시키는 것이 일견 인위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압축성장 국가인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하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놓고 볼 때 누군가는 시작해야 할 중요한 사명이다.

NCS를 기업들에게 확산하는 방법이 ‘일학습병행제’ 이다. 신규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미비된 중소기업에게는 NCS를 기반으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데에 큰 효과가 있다.

신입직원에 대한 채용교육이기도 할 뿐 아니라, 직무별로 신입 1레벨에서 최고 8레벨 까지 직무숙련도를 설계해 놓았기에 직원들에게 1레벨에서 8레벨 까지 한 직무분야에서 계속 위의 레벨로 또는 경우에 따라 옆의 다른 직무로 갈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평생개발 경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 기업과 고용주는 기술과 지식보다도 일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성품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향후 NCS가 단순한 업무능력의 기준이 아닌 지덕체의 태도와 성품의 요소들이 균형 있게 반영된 체계로 보완되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TV 캡쳐

다만 몇 가지 보완할 점이 있어 보인다. 인자위가 NCS를 운영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끔 조직 구성 시 적절한 권리와 그에 맞는 책임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현 NCS 설계는 직무를 24개의 대분류에서부터 중·소 및 세분류로 구분한 바, 초연결사회에서는 IT기반으로 다양한 업종들이 등장하고 있으므로 NCS가 지나치게 경직되게 운영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개별 ‘인자위’들은 세분류의 미세조정(fine tuning)을 통해 NCS의 수정보완 업데이트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NCS는 산업·직업·교육·자격 전문가들이 모여 직무중심으로 1개의 세분류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보니 현장중심, 일중심이고 지나치게 지엽적으로 기술한 면이 있다. 고용주의 입장은 반영되지 못하고 종업원의 직무측면에서만 바라본 감이 매우 아쉽다. 개인, 기업 및 국가의 생존·번영·발전은 가치를 창출해내는데 달려 있다. 여하히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여 경쟁우위에 서느냐의 전쟁터가 바로 기업현장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NCS기반의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일하며 배우는 ‘학습근로자’를 교육할 때 반드시 ‘가치창출교육’ 교육프로그램에 담아야 한다. 예를 들면 전체 800시간의 일학습 기간 중 200시간 정도의 OffJT 시간을 활용하여 개별 직무능력 교육과 함께 ‘가치창출교육’을 수행함을 권장한다.

창조적 가치창출(value creation) 교육을 24개 대분류 아래의 모든 직무에 공통교육으로 실시해야 한다. 이게 바로 고용주들이 한 목소리로 요구하는 핵심이다. 자신의 몸값을 주장하기 전에 밥값을 하는 직원이 내 직원으로 소중한 법이다.

기업과 고용주는 기술과 지식보다도 일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성품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향후 NCS가 단순한 업무능력의 기준이 아닌 지덕체의 태도와 성품의 요소들이 균형 있게 반영된 체계로 보완되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지속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고 취업준비생들의 관심을 촉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 번 확정되면 고정불변의 표준이 아니라 시시때때 변화하는 삶과 일터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반영하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은 유기체의 모습이기를 기대한다. 미래 일자리와 직무는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김흥기 모스크바 국립대 초빙교수, '태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