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탄저균 밀반입 의혹을 받은 미군이 최근 10년간 미국 포함 전 세계 7개국의 86개 실험실에 완전히 비활성화 돼야할 탄저균을 살아있는 채로 배달해왔다는 내용의 미 국방부 보고서가 공개됐다. 보고서는 살아있는 탄저균 배달이 “심각한 규정위반”이라면서도 그에 대한 정확한 원인과 책임소재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 국방부는 23일(현지시간) '살아있는 탄저균의 우연한 배달:검토위원회 보고서'라는 제목의 탄저균 배달사고 진상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 미국 국방부는 23일(현지시간) '살아있는 탄저균의 우연한 배달:검토위원회 보고서'라는 제목의 탄저균 배달사고 진상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사진=KBS 뉴스 캡처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미국과 전세계 7개국의 86개 시설이 미국 유타주의 더그웨이 연구소(DPG)로부터 저농도의 살아있는 탄저균을 배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며 "그러나 살아있는 탄저균의 숫자가 적어 일반 대중에게는 위험을 노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규정상 탄저균은 연구·개발용으로 쓰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방사선 조사(照射)를 거쳐 완전히 비활성화된 상태로 배송하도록 돼있다. 보고서는 "관련 프로그램의 규제를 받지 않은 채 살아있는 탄저균을 배달한 것은 심각한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사고의 원인과 관련해 "탄저균이 비활성화되지 않은 채 살아있는 채로 배달된 원인을 한가지로 정의할 수 없다"며 "국방부 실험실 요원들은 자체적인 관행을 정확히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국방부 요원들이 따른 관행에는 내재적인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방사선량 ▲세포 생사판별 시험 ▲전염병 예방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탄저균이 완전히 또는 영구적으로 비활성화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살아있는 탄저균이 왜 관련 실험을 통해 체크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원인을 한가지로 꼽을 수 없다"며 "샘플 규모와 방사선 조사 이후의 부적절한 배양기간이 원인이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과 책임주체가 불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이번 사고와 관련한 주요한 시스템적 문제는 (탄저균의 완전한 비활성화를 위한) 관행과 절차, 품질인증 조치를 개발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기준이 부재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4개 국방부 연구시설을 현장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과학계에는 탄저균 비활성화와 이를 확인하는 시험을 위한 철저하고 효율적인 관행을 개발할 기술적 정보가 불충분하다"며 "이는 방사선 조사를 통해 탄저균을 완전히 또는 영구적으로 비활성화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탄저균은 특히 '죽이기' 어려우며 방사선 처리된 균은 시간이 자니면서 스스로 손상된 상태를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앞으로 품질통제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방사선 조사와 세포 생사판별 시험과 같은 관행들을 개선하기 위한 공통의 기준운영절차(SOP)를 준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 5월22일 탄저균 배달 사고가 언론을 통해 처음 대중에 알려진 직후 진상조사를 지시해 질병통제센터(CDC)와 병행해 조사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