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정부 가계부채 해법, 기 대출자 상환 부담 증가

[미디어펜=최상진 기자] 24일 오전, 한 시중은행 지점에서 만난 김순애(58)씨는 “그제부터 대출 이야기만 나오면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과 관련한 뉴스들을 훓어봤지만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그녀는 “확실하게 정리하고자 은행을 찾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22일 분할상환을 정착시켜 대출구조를 ‘갚아나가는 시스템’으로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저금리,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 완화로 급속히 팽창하던 가계대출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 21일 금융위 기자실에서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미디어펜=홍정수 기자

이날 은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정부정책을 두고 ‘눈 먼 이야기다. 막막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시중은행 종로지점에서 만난 김영숙(36) 씨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빚을 내 집을 사라고 권장하던 정부가 갑작스레 180도 돌변한건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젊은층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호(42) 씨는 “상환능력 심사를 강조하면 당연히 서민,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럼 그나마 주택담보대출로 시중은행을 이용하던 서민들은 제2금융권, 대부업체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 모두는 은행 창구에서 “아직 시행까지 5개월 정도가 남아있고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갚아나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원론적인 설명만 들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원리금까지 갚으려면 도대체 돈이 얼마냐. 20만원이 50만원으로 불어나는 격”이라며 성토했다. 창구 직원은 “올해 안에만 대출을 받으면 3년 거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조치는 지난 1년여간의 정부 움직임과는 전혀 상반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4차례 인하해 역대 최저인 1.50%까지 내렸다. 정부는 지난해 8월 1일자로 금융업권별·지역별로 50~85%로 차등을 뒀던 LTV 한도를 70%로, 50~65%이던 DTI 한도를 60%로 완화했다.

경기 활성화 정책은 자연히 부동산 활성화로 이어졌다. 그 사이 가계부채는 급격히 늘어 지난 3월 기준 1099조원에 다다랐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23일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LTV가 60%를 초과한 대출은 전년보다 27조원 늘어난 87조9000억원이었다. 전년 증가액의 5배에 육박한다.

정부는 올해 초 32조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을 통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30% 정도를 '고정금리·분할상환'으로 질적 개선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서민층은 혜택에서 제외되고 중산층 이상에게만 돌아갔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무용지물인 정책이라는 뜻이다.

당장 내년부터 거치기간이 끝나는 차입자들은 연장이 쉽지 않다. 예상치 못한 원리금 복병을 맞게 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수요자는 하반기 미국 금리가 오르기 전 대출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며 “금리와 원리금 상환시기,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여기에 연금저축과 IRP를 활용한 연말정산 환급 등 세금 절약에 대한 전략도 가계부채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