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여실 생숙, 숙박업 미등록 시 '불법 건축물'로 이행강제금 부과
주택 공급 위축 우려에 "생숙 등 비아파트 활성화해야" 전문가 지적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오피스텔, 생활숙박시설 등 비아파트 공급이 위축됐다는 진단이 나오는 가운데 오는 10월 이행강제금 부과를 앞둔 생활숙박시설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 및 준주택 인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택공급 부족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주거시설로써 생활숙박시설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지만 정부는 형평성을 근거로 규제 완화는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 주택산업연구원은 '생활숙박시설 당면문제와 관련제도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생활숙박시설이 직면한 상황에 대한 진단과 관련 제도에 대한 개선 대안을 제시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31일 업계에 따르면 주택산업연구원은 이날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생활숙박시설 당면문제와 관련제도 개선방안’ 세미나를 열고 생활숙박시설이 직면한 상황에 대한 진단과 관련 제도에 대한 개선 대안을 제시했다.

앞서 지난 2021년 5월 정부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활숙박시설에 숙박업 등록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소급입법으로 추진했다. 이로 인해 10만여실 생활숙박시설이 불법 건축물로 간주되면서 오는 10월 말부터 건축물가액의 연 1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부담하게 된다.

주산연은 “헌법상 일반원칙인 ‘소급입법에 의한 불이익변경금지’와 ‘신뢰의 원칙’을 위반한 건축법 시행령 개정규정은 ‘시행령 개정일 이후 건축허가를 득한 사업부터 적용’되도록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주산연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생활숙박시설이 ‘서비스드 레지던스’로 도입된 이후 약 8만여실이 준공됐다. 공사 중인 2만여실을 포함하면 총 10만여실이 공급될 전망이다.

준공된 생활숙박시설은 그동안 법적 제한 없이 주거공간으로 활용돼왔다. 이는 종전 건축법령에서 이에 관해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산연은 진단했다.

그러나 정부의 건축법 시행령 관련 규정 개정 이후 생활숙박시설 소유자들은 숙박업을 영위하지 않거나 소유자 본인 거주 시 불법 건축물을 소유한 것으로 간주받게 돼 오는 10월 말부터 건물공시가격의 연 10% 수준 이행강제금을 매년 부담해야 한다.

지난 2021년 10월 국토부가 생활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변경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행률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주산연에 따르면 전체 생활숙박시설 592개 단지 10만3820가구 중 오피스텔로 변경된 단지는 1.1%(1173가구)에 불과햇다.

주산연은 “단지 규모가 크거나 인근 주민 반대 또는 용도변경을 위한 지구단위계획의 변경 가능 시한이 미도달한 경우, 주차장이나 학교 등 기반시설 확충이 불가능한 경우 등 현실적으로 변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사회 변화에 따라 생활숙박시설을 주택법상 준주택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지엽 성균관대학교건축학과 교수는 “사회·경제·기술적 변화에 따라 주거수요는 세분화되고 있으며 사회적 교류가 가족 단위로 변화됨에 따라 주거와 숙박 기능을 담은 하이브리드형 ‘체류형 주거시설’의 하나로써 생활숙박시설이 활용될 필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석호영 명지대학교 법무행정학과 교수 또한 정부의 건축법 시행령 관련 규정 개정 과정에서 소급입법을 적용한 점을 언급하며 “생활숙박시설 규제의 소급적용은 소위 ‘부진정소급’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소급적용을 배제해 헌법상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및 신뢰보호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규제 적용은 시행일 이후 건축허가를 받은 경우로 한정하고 생활숙박시설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립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주택 공급 위축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오피스텔, 생활숙박시설 등 비아파트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9일 열린 주택공급혁신위원회 회의에서도 정부가 아파트 위주 주택정책을 펼치면서 비아파트 공급이 급속히 위축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위원들은 오피스텔, 생활숙박시설 등 각계각층 수요를 포괄하는 주택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이행강제금 부과 등 생활숙박시설 관련 규제에 대해서는 형평성을 근거로 완화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오피스텔과 달리 규제를 풀고 혜택을 준 이유가 있었는데, 일단 들어가놓고 세월이 지나 양성화해달라고 하면 누가 법을 지키겠느냐”며 “고민을 좀 더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