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에 오랜만에 호기를 맞은 부동산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22일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은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거치기간을 1년으로 줄이거나 분할상환방식을 늘려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는 방식으로 대출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 3월 기준 1099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에 대한 위험과 하반기 미국 금리인상에 대비해 사전에 대책을 강구하려는데 목적이 있다.

전세값 상승과 더불어 기준금리 인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 완화 등에 힘입어 빚을 내 집을 구입하려던 사람들에게는 충격이다. 보통 3년 거치 후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대출받기는 어렵게 됐다. 담보보다 값을 수 있는 능력을 우선시하는 대출심사와 원리금을 동시에 갚는 방식은 주택을 구입하는 주요 층인 30대와 40대에게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6월 결혼하며 전셋집을 얻은 유미진(28) 씨는 “상반기만 해도 심사가 까다롭지 않고 금리도 낮아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2년 뒤 전세값 상승으로 추가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여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부동산 가격은 뛰고, 대출은 힘들어진다면 젊은세대의 삶이 갈수록 어려워지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을 보였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대책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만큼 소득증명이 안되는 자영업자나 사회 초년생 다수가 연내 대출을 받을 것”이라며 “분할상환 대출을 유도함에 따라 본인 소득수준에 맞는 대출만 가능하게 돼 돈 있는 사람만 대출받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규정 NH 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도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젊은 사람들에게 오히려 가계부채를 유도할 수 있다”며 “현재 소득수준이 낮은, 집이 필요한 젊은 세대 등은 내집 마련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안으로 주택담보대출이 필요한 경우 8월이 적기라는 의견이 많다. 24일 찾은 한 시중은행 점포에서도 “하반기 미국 금리인상으로 우리 금리인상도 불가피한 만큼 대출이 필요하면 6월 기준금리 인하가 코픽스에 영향을 미치는 8월을 고려해보라”며 3년 거치 후 분할상환 방식을 추천했다.

시장의 우려는 높아지지만 정작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은 잠잠하다. 정책의 구체적인 적용 시기가 내년인 만큼 단기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장기적 안목으로 봤을 때 재건축과 고가 주택시장부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본 궤도에 오른 강남 재건축사업이 직격탄을 맞으면 부동산 업계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

강남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개포동 인근지역 재건축 아파트는 2010년 이후 가장 많이 오른 상황이다. 정책 발표 이후 이틀간 시세에는 변동사항이 없었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은 늘고 있다”며 “재건축단지 뿐만 아니라 오피스텔,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의 투자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