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정 기자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여름철을 맞아 북한 주민들도 ‘단고기’로 불리는 보신탕을 즐겨먹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권력과 돈이 있는 핵심 간부들은 평양시내 호텔에서 달러를 주고 기이한 음식들을 사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부들 사이에서는 곰 고기, 타조 고기가 최고 인기 음식이다. 육질이 소고기보다 더 좋으면서도 질기지 않아 ‘진미’로 꼽히기 때문이다.

간부들은 원래 곰을 직접 사냥해서 요리해 먹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하지만 무분별한 사냥이 성행하면서 점차 야생 곰이 사라지자 지금은 목장에서 식용으로 쓸 곰을 키우고 있다.

목장에서 사육되던 곰은 주로 평양시내 고려호텔, 평양호텔 고급 음식점으로 공급된다. 이제 간부들은 달러만 주면 곰 고기를 불고기 요리로 맘껏 즐길 수가 있다.

타조의 경우 중국에서 양식 방법과 사료가 도입되면서 권력가들 사이에서는 보편화됐다. 중앙당 2호사업부에 이어 인민무력부에서도 자체 목장을 운영하면서 공급도 원활해졌다. 타조 역시 외화식당에 가면 불고기 요리 맛을 즐길 수 있다.

북한 핵심 간부들이 즐기는 수산물에는 철감상어 회와 문어 회가 꼽힌다. 주로 평양시내 옥류관과 양각도호텔에서 판매하고 있다.

냉장설비나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탓에 평양에서도 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신선한 회를 즐기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신선한 바다 생선은 간부 전용으로 소량만 평양으로 긴급 수송되고 있으며, 가격도 비싸다.

반면, 평범한 평양시내 간부들은 대동강에서 잡아올린 잉어 회와 숭어회를 주로 먹는다. 또 가물치도 보양식으로 즐겨먹는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2월16일)을 기념하는 전국요리기술경연이 지난 2월11일 평양면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평양 중앙당 간부들이 지방에 현지 시찰을 나가게 되면 제 돈 안 들이고도 융숭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지방에는 진귀한 음식이 없는 대신 간부들은 개를 통째로 요리해 먹거나 야생동물을 사냥해 먹는 ‘일탈 행위’를 즐기는 기회로 삼는다.

생활이 넉넉하지 못한 지방 주민들 입장에서는 평양에서 온 간부들을 대접하기 위해 집에서 기르던 개를 잡아서 통째로 찌거나 삶아서 대접하고 있다. 개뿐 아니라 양을 잡아서 경치 좋은 개울가에 나가서 참나무로 불을 피워서 구워 먹는다.

양이 없는 지방에서는 염소라도 잡아서 간부들을 대접해야 한다. 주민들은 평양 간부들에게 기르던 양과 염소, 토끼까지 모조리 잡아서 대접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간부 시찰 직후엔 그 지역의 짐승 우리가 텅텅 빌 정도라고 한다.

지방 주민들이 간부들에게 대접을 잘 못하면 지방 간부들이 해임되거나 승진을 못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지방 간부와 주민들은 평소에 자신들이 키운 고기와 농산물도 마음껏 못 먹으면서도 평양에서 중앙당 간부가 내려올 때를 대비해 비축하고 있다.

간부들 중에는 종종 야산에 나가 노루, 사슴, 너구리, 오소리 등 야생동물을 사냥해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이런 고기들에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다고 알려지면서 사냥 행태가 더욱 만연해졌다.

건강에 신경 쓰는 간부들은 야생 고양이와 집 고양이를 잡아먹는 일도 서슴치 않는다. 북한에서도 고양이가 신경통과 관절염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쉽게 포획할 수 있는 고양이 등은 일반 주민들의 돈벌이용이 되고 있다. 주민들이 야생 고양이나 집 고양이 요리를 간부들에게 공급하는 은밀한 뒷거래도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미를 즐기는 간부들은 여름에 시원한 맥주를 마실 때 참새구이도 즐겨먹는다. 산과 들에서 쉽게 포획할 수 있는 참새도 일반 주민들의 돈 벌이 대상이다. 심지어 가을에는 원기회복을 위해 황구렁이를 먹는 것도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 기이한 음식이 성행하는 이유는 농장에서 밭을 가는데 사용하는 소를 도살할 경우 살인죄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처벌하기 때문이다. 장마당에서도 소고기를 팔다가 걸리면 몰수당한다.

만약 개인이 소고기를 먹기 위해 소를 키우려고 해도 사료를 대는 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 때문에 소고기는 명절을 맞아 중앙당과 중앙기관 간부들에게만 소량씩 공급되고 있다.

남한에서 직장인의 1등 회식 메뉴인 돼지고기의 경우 북한에서는 어떤 처지일까. 평양의 고위 간부들은 기름기가 많은 돼지고기는 즐기지 않는다고 한다. 일반 주민들은 돼지고기도 충분히 못 먹는 상황에서 소고기를 구경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간부들은 건강을 내세워 특이한 고기만 먹고 심지어 호랑이뼈를 우려낸 술을 즐긴다.

2300만 북한 주민들은 하루 세끼 옥수수 국수나 옥수수 죽도 제대로 못 먹어서 항상 배가 고파 허덕이지만, 전체 주민의 1%에 불과한 평양의 고위 간부들은 기름기가 많은 돼지고기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