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공사 선정 시 조합원 절반 이상 득표'로 정비사업 조례 개정
조합 건설사 "과반 획득 현실적으로 불가능…재투표로 허송세월 우려"
정비사업 속도 늦춰질 수 있어…공급확대 위한 규제 완화 정부 기조 배치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조합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사업의 빠른 진행을 위해 시공사 선정시기를 앞당긴다면서도 선정요건은 강화했기 때문이다. 사업이 시공사 선정에 막혀 지지부진해지는 것은 물론 원활한 주택공급에도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서울시가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시 '과반수 득표'를 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자 조합들이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의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개정안이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덕분에 서울 내 정비사업 조합들은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야 가능했던 시공사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길 수 있게 됐다. 정비사업 추진에 가속도를 높이겠다는 서울시의 의도다.  

하지만 시공사를 선정하는 요건은 더 빡빡해졌다. 이전까지는 조합원 총회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건설사가 시공사로 선정됐다. 앞으로는 최다득표가 아닌 조합원 과반수 이상 찬성표를 획득해야 한다. 개정된 조례안 77조 1항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총회의 의결을 거쳐 시공자를 선정하여야 한다'에 따른 것이다. 

정비업계는 '과반 획득'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한다. 서울 A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절반 이상 표를 얻는 건설사는 나오기가 어렵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더 그렇다"며 "서울시가 정비사업 현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반수를 얻은 건설사가 나오지 않을 시 재투표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합들은 재투표에 대한 비용과 시간 소모가 부담스럽다. B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총회를 열면 직접 참석하는 조합원도 있지만 서면결의로 대신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때문에 재투표를 하려면 총회 날짜를 새로 잡아야 한다"며 "총회 한번 할 때마다 드는 비용이 몇억 원이다. 시간은 시간대로 소모된다"고 지적했다.

시공사 선정에서 시간을 허비한다면 선정시기를 앞당겨 정비사업 속도를 높인다는 효과가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과반 득표가 정비사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주택공급 확대에 나선 정부의 방침과도 맞지 않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주택공급 혁신위원회에 참석한 후 "민간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자금조달 어려움 해소, 규제 개선 등을 관계부처와 함께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부동산 공급 활성화 방안을 이달 중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며 "민간 부문 공급이 과거보다 여러 가지로 위축됐다. 위축 요인을 풀어주면서 공급을 촉진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민간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하는 주택 비중이 80~90%를 차지한다. 빠른 정비사업 시행이 향후 서울 주택공급에 큰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한편 조례가 개정됐지만 아직까지 서울시의 명확한 세부규정이 나오지 않아 조합들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C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재투표에도 과반을 넘게 득표한 시공사가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올 때까지 재투표를 해야 하라는 건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은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주기가 어렵다. 현재 조례가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외에 특별하게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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