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주식 보관금액 연말 대비 32% 급증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기록적인 엔저(円低)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일본 관련 투자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중화권(중국·홍콩) 시장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빠르게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시장에선 동학개미와 서학개미에 이어 ‘일학개미’를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이미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각축전에 돌입한 상태다.

   
▲ 기록적인 엔저(円低)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일본 관련 투자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본이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 받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의하면 올해 초 26억5319만달러에 불과했던 국내 투자자의 일본주식 보관금액은 지난달 말 34억3649만달러(약 4조5843억원)로 치솟았다. 

이는 작년 말 26억1109만달러와 비교했을 때 대비 무려 31.6% 늘어난 수준이다. 이 자금은 상당 부분 중국·홍콩 주식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투자자들의 중화권 주식 보관액은 올해 들어 약 20% 줄었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8월에만 일본 주식을 1억1040억달러 순매수했다. 이는 전년 동월 946만달러 순매수와 비교했을 때 약 12배 폭증한 수준이다.

때 아닌 일본 열풍에는 기록적인 엔저 현상 이외에도 여러 이유가 겹쳐 있다. 우선 일본 증시가 모처럼 강세다. 일본 증시 대표지수는 닛케이225는 지난 6월 33년 만에 3만3000선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굳혔다. 투자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어 회장이 최근 일본주식을 대거 매수한 점도 화제가 되면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

국내 증권사·자산운용사들은 이 ‘일학개미’들을 잡기 위한 움직임에 발 빠르게 돌입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5일부터 '일본주식 온라인 매수 수수료 제로(ZERO)'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환전 수수료 95% 우대 혜택도 제공된다. 최근 일본주식 거래 서비스를 개시한 유안타증권도 올해 말까지 일본주식 거래 투자자를 대상으로 거래수수료 무료 제공 등의 이벤트를 전개한다.

자산운용사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일본 주식의 경우 개인이 직접 투자할 때 최소 100주를 매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면 이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수요를 포착한 자산운용사들이 다양한 ETF를 선보이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최근 국내 최초로 일본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 투자하는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 ETF’를 출시했다. 말 그대로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소부장 관련 대표기업 20개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17일 미국·일본의 로봇산업에 투자하는 ‘TIGER 글로벌AI&로보틱스INDXX’ ETF를 출시한 상태다. 이번 달에는 일본 반도체 ETF 출시가 예고돼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주식의 경우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눈높이도 많이 올라가 있다”면서 “일본주식의 경우도 미국주식에 준해 많은 서비스들이 계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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