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면 걸이는 배임죄' 표적 입법…특정 계층 겨냥한 조폭심리

박근혜 대통령의 8.15 특별사면의 범위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 총수들의 특별사면이 이뤄질 것인지에 대해 많은 국민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자유경제원은 22일 긴급좌담회 ‘기업인 사면, 어떻게 볼 것인가?’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패널로 참석한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배임과 경영판단의 원칙에 대해 거론하며 배임에 의한 과잉처벌을 막으려면 경영자가 주관적으로 기업의 최대이익을 위하여 성실하게 경영상 판단을 하였고 그 판단과정이 공정하다고 볼만한 절차적 요건을 갖추었다면, 그 결과 잘못된 판단으로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경영자의 경영상 판단을 존중하여 그로 인한 책임을 면하도록 하는 법리인 ‘경영판단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을 상법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교수는 한국적 현실에서 사업에 실패하면 배임죄에 피소되기 십상이며 형사처벌의 적용 범위 확대가 사적자치를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 기본질서에 위해를 가하는 것은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래는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조동근 명지대 교수
1. 사면 범위를 놓고 갈등 빚는 정치권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지난 13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사면의사를 밝혔다. 사면의 배경으로 “사면을 통해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새기고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사면이 공론화 되면서 사면의 범위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위해 ‘통 큰 대사면’을 건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제계 인사들도 포함될 수 있음을 비친 것이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특별사면에 재벌 총수들은 배제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진정한 대한민국의 발전과 국민대통합은 재벌 총수 등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을 사면해야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약속했던 초심을 잃지 말라고 비판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정두언 의원은 재벌 회장 등의 사면은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 재벌 회장에 대한 사면보다는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재벌개혁이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는 ‘성완종 사태’ 때 박대통령이 전(前) 정권의 기업인 사면을 비난했음을 환기 시켰다.

사면 범위를 놓고 정치권이 빚는 갈등은 ‘철학의 차이’에서 오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박대통령에 대한 공격으로 귀결된다. 박대통령의 후보 시절의 발 을 근거로 사면을 반대하는 새민련은 그렇다 치더라도, “재벌회장을 사면하기보다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재벌개혁이 더 급하다”는 정두원의원의 사면 반대 발언은 그가 아직도 ‘경제민주화의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업인 사면을 놓고 ‘전부 아니면 전무’ 식으로 충돌해서는 안 된다.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의 경제는 1.5% 저금리에서도 인위적 경기부양을 해야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3%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12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돈을 주고 경제성장을 산 것이다.

공짜 점심이 없듯이, 공짜 성장도 없다, 추경재원은 국채발행을 통해 조달되기 때문에, 설령 3%대의 성장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국가부채증가’라는 내상(內傷)을 안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지난 9일 제8차 무역투자확대진흥회의를 통해 ‘5조원 규모’의 투자활성화대책을 내 놓았다.

하지만 투자는 기업이 하는 것이다. 그룹회장이 수감되면서 그룹의 투자프로젝트가 표류하고 있다. 추경을 편성하는 마당에 기업인들을 묶어 놓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그들이 경제 현장에서 열심히 뛰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더욱이 이재현 CJ 회장과 이호진 전태광 회장은 병중에 있다. 그리고 최태원 SK 회장의 경우, 일찍이 피해복구가 이루어졌다.

   
▲ 자유경제원 긴급좌담회 ‘기업인 사면,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패널로 참석한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적 현실에서 사업에 실패하면 배임죄에 피소되기 십상이며 형사처벌의 적용 범위 확대가 사적자치를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 기본질서에 위해를 가하는 것은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사진=자유경제원 제공
2. 역대 정부의 기업인을 제외한 유력인사 사면사례

노태우 정부는 5공(共) 비리 혐의로 수감 중이던 전두환 전(前)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과 처남 이창석을 풀어주었고, 노태우 대통령 시절 최대의 권력형 비리로 불렸던 ‘수서 사건’의 연루자 장병조 청와대비서관과 이원배 전국회의원도 1992년 12월에 특별사면 했다. 김영삼 정부 막판인 1997년 12월에는 반란죄, 내란죄, 수뢰죄로 수감 중이던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특별사면으로 풀어줬다.

‘한보 게이트’에 연루돼 김영삼 정부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갔던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은 김대중 정부에서 특별사면 됐다. 노무현 정부는 이용호 게이트, 최규선 게이트, 나라종금 뇌물사건으로 각각 구속된 김대중 대통령의 세 아들 김홍업·홍걸·홍일을 모두 사면해 주었다.

불법 대선자금 혐의로 구속됐던 강금원,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 최도술 전청와대 비서관 등도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풀려났다. 이명박 정부도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천신일, 파이시티 비리로 구속됐던 최시중 등 이 대통령 본인의 최측근들을 특별사면 했다.

O 각종 공안사범들도 가석방 등을 통해 방면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제16대 대통령 취임 기념으로 사면 복권한 424명 가운데는 김대중 정부 시절 최대의 공안사건인 영남위원회, 간첩단인 민족민주혁명당, 남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관련자 등이 대거 포함됐다. ‘무하마드 깐수’라는 이름의 아랍인으로 위장해 활동하다 1996년 7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검거된 정수일, 민혁당 조직을 담당했던 하영옥, 북한 8·15 통일대축전 행사에 참석했던 문규현, 중부지역당 사건의 황인오 등이 모두 이때 사면 복권됐다.

2002년 민혁당 사건으로 체포됐던 이석기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8월에 가석방됐다. 당시 법무부가 밝힌 이석기 석방 사유는 “민혁당 사건으로 형집행 중인 자로 2003년 4월 특별사면 시 공범(共犯)들이 모두 석방된 점을 참작하여 심사를 거쳐 가석방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이석기는 2년 6개월 형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은 상태였다. 풀어주기 위해 풀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2013년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의 발표에 따르면 공안사범의 사면 복권 현황은 김대중 정부에서 다섯 차례 2,957명, 노무현 정부에서 다섯 차례 703명이 혜택을 받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공안사범에 대한 사면 복권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사면은 원칙 없이 남용되었다고 말하더라도 과장된 것이 아니다. 피붙이라 사면하고, 신세저서 풀어주고, 코드가 맞아 방면해 준 것이다. 사면은 그야말로 난장(亂場) 이었다.

3. 과잉입법에 따른 과잉범죄화

우리나라에서 사면은 그 대상이 누구든 엄격하게 규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구속하고 풀어주고”를 반복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법치는 결정적으로 훼손된다. 기업인도 예외일 수 없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그리고 과거에 경제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기업인이 사면돼서는 안 된다.

차제에 기업인에 대한 형사 처벌과 사면 간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기업인의 심기일전도 요구되지만, 대한민국의 법적 현실에도 문제는 있다. ‘과잉입법에 따른 과잉범죄화’로 많은 기업인들이 전과자로 전락하고 있다. 과잉범죄화의 이유로는 도덕적 비난으로 끝날 사안과 민사로 해결될 사안을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O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을 처벌해서야

지난 5월 22일 '땅콩회항' 조현아 부사장이 구속 143일 만에 2심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이번 조현아 전부사장 석방을 놓고 일각에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주장하기도 하지만 항소심은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항로변경’에 대한 해석이다. 항로변경에는 벌금형이 없다. 그만큼 항로변경은 위중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항로변경을 ‘좁게’ 해석해야 한다. “활주로에 들어선 비행기나 이륙한 비행기의 항로를 바꾸게 했다면” 이는 그 자체가 범죄다. 비행기 탈취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램프리턴과 같은 지상 계류장에서의 이동”을 항로변경으로 간주하고, 징역을 살게 하는 것은 수긍이 가지 않는다.

도덕과 법은 다른 척도이다.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짓을 했다고 그리고 눈살 찌푸리는 행동을 했다고 그 사람을 감옥에 가둘 수는 없다. 이번 땅콩 회황의 피해자는 누구인가? 당연히 승객이다. 이번 사건이 승객이 고발해서 형사사건화된 것인가? 아니라면 계류장으로의 항로변경을 이유로 신체를 구속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조 전부사장의 신중하지도 사려 깊지도 않은 거친 행동이 일을 꼬이게 한 것이다. 도덕적 비난과 대한항공의 이미지 실추가 그녀의 행동에 대한 징벌이어야 한다.

O 민사로 해결될 일을 형사사건화 해서야

과잉범죄화의 원인으로는 민사로 해결될 사안을 혈사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임죄가 그러한 사례의 전형을 이룬다. 배임죄는 ‘임무를 저버려 손해를 끼친 것’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다. 하지만 임무를 저버리지 않아도 기업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 한국적 현실에서 사업에 실패하면 배임죄에 피소되기 십상이다. 업무상 배임죄는 한국 독일 일본 정도에만 있지만, 독일 일본에선 ‘경영상 판단’으로 볼 때는 적용하지 않는다. 배임죄 판단은 경영판단의 원칙과 균형을 이뤄야 한다.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면 분명 범죄다. 문제는 ‘사회적 법익’을 침해한 경우다. 우리나라는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고 피해사실이 불명확하더라도 ‘인과관계 추정’ 규정을 두어 추상적 위험범으로 형사처벌하고 있다. ‘환경범죄의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그 사례다. 양벌규정도 과잉대응이다. 최고경영자에게 종업원의 행위에 대해 보증책임을 물어 형사처벌하고 있다. 양벌규정에 의한 형사책임은 과실이 없어도 책임을 묻는 것이다. 이는 “과실 없으면 책임 없다”는 민사법원칙은 물론이고 “과실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사법원칙에도 반한다.

   
▲ 자유경제원은 긴급좌담회 ‘기업인 사면, 어떻게 볼 것인가?’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사진=자유경제원 제공
4. 배임과 경영판단의 원칙

현행 형법 제355조 제2항은 ‘배임’에 대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반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함’이라고 되어 있다. ‘업무상 배임’(형법 제356조)에 대해서는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함’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서는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되,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배임죄로 구속된 당사자는, 자신은 “개인적으로 배임행위로 인해 얻은 이익이 없으며, 정상적인 경영활동이었고, 범죄를 저지른다는 고의성이 없었으므로 억울하다”는 항변이 이어지고 있다.

배임죄 판단 여부는 ‘자신의 임무에 위반하는 행위’가 전부인 셈이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배임죄를 법전에 규정한 독일에서도 “배임죄는 언제나 통한다”는 인식이 자라잡고 있다. ‘배임죄는 걸면 걸리는 범죄’라는 것이다. 이론상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하면 배임이지만(作爲),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不作爲)도 배임이다.

O 경영판단의 원칙

‘경영판단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은 경영자가 주관적으로 기업의 최대 이익을 위하여 성실하게 경영상 판단을 하였고 그 판단과정이 공정하다고 볼 만한 절차적 요건을 갖추었다면, 그 결과 잘못된 판단으로 기업에 손해가 발생 하였다고 하더라도 경영자의 경영상 판단을 존중하여 그로 인한 책임을 면하도록 하는 법리이다. “경영판단 불간섭의 원칙” 또는 “경영판단 존중의 원칙”이라 할 수 있다.

경영 판단의 원칙은 1829년 미국 루이지애나 대법원 판결 이후 판례를 통해 확립되었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주 회사법은 경영판단의 원칙을 성문법으로 두고 있으나, 알래스카주 등 대부분의 주는 성문법에 의하지 않고 판례법상의 원칙으로 받아들인다. 경영판단 원칙은 종전에는 ‘업무집행의 내용’을 심사하였지만 현재는 경영판단에 이르는 ‘절차적 공정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영판단원칙에 따라 이사의 책임이 면제되기 위한 요건으로
(i) 이사 개인의 이익이 개입 되지 않을 것,
(ii) 합리적인 정보에 의한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 결정일 것,
(iii) 회사의 최선의 이익에 합치한다고 믿었을 것,
(iv) 이사에 의한 재량권 남용이나 기타의 위법행위가 없을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배임에 의한 과잉처벌을 막으려면 경영판단원칙을 상법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 상법상 특별배임죄에 “다만, 경영판단의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라는 단서를 삽입하는 것이다.

   
 
<차트-1>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손해액 5억원 이상인 경우에 적용되는 특가법상의 배임사건과 손해액 5억원 미만인 형법상 배임사건, 그리고 전체 형사사건을 대상으로 1심에서의 무죄선고율을 비교한 것이다. 2008년에 특가법상 배임의 무죄선고율은 19.4%에 이르고 있다. 형사일반 무죄선고율 1.5%의 13배나 된다. 기소돼서는 안 될 사건이 기소된 것이다. 경영판단 원칙이 상법에 명시돼야 할 또 다른 이유다.

5. 경제민주화에 중독된 대기업 오너 겨냥한 '표적입법’

횡령·배임죄를 저지른 대기업 총수가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개정안’이 2012년 7월 16일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에 의해 대표발의 됐다. 발의된 개정안은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관련 ‘1호 법안’이다. 다행히 이 법안은 결국은 폐기됐다. 법률안이 폐기됐다고 모든 것이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

동 법률안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악의적이고 무지한 발의안으로 기록될 것이다. 발의안은 현행 횡령·배임에 따른 재산이득액 구간을 세분화하고 형량을 두 배 이상 올렸다. 횡령·배임 규모가 5억원을 넘으면 최소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법안이 원안대로 개정되면 법원이 정상을 참작해 형량을 반으로, 즉 3년 6월로 줄여주더라도 반드시 실형을 받게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기업인 집행유예 금지법안’에 다름 아니다. 특정인과 특정계층을 겨냥한 것은 조폭의 응징원리와 다를 것이 없다.

저잣거리에서 소비자가 물건 값을 반으로 깎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물건 값을 미리 2배 올린 것과 같다. 입법부가 ‘양형기준을 법률로 정하는 것’은 3권 분립의 기본정신에 위배된다. 양형기준은 범죄유형, 가중·감경 요소, 범행동기 등을 감안해 사법부가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양형기준을 따르되 정상을 참작해 형량을 줄여주는 것도 사법부 고유의 판단영역에 속한다. 형량이 줄었다고 해서 특혜를 받은 것은 아니다. 형량 강화가 ‘경제민주화’는 아닐 것이다. ‘법치주의(rule of law)’에서의 ‘법’과 ‘입법’은 다르다. 설령 국회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법치’의 법일 수 없다.

6. 에필로그

사법(私法)영역이 공법에 의해 급격히 침해되고 있다. 형사처벌의 적용 범위 확대가 사적자치를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 기본질서에 위해를 가하는 것은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사적자치를 통제하는 국가의 형벌권 행사는 최소화돼야 한다. 기업인으로 하여금 교도소 담장 위를 걷게 한 것이 우리의 법제였다.

기업인의 준법의식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규율돼야 한다. 아니면 ‘가두고 풀어주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더욱이 간첩을 풀어주는 것이 사면일 수는 없다. 사면이 남용되면 법치주의 기반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