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집단·기득권적 측면서 접근…정의는 없고 갈등만 키워

   
▲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
국가와 개인의 번영 및 이상 실현에는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우리나라는 물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 역사에서 가장 보편적인 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교육은 오랫동안 표류해왔고 그 해법에 대해서도 극과 극의 양론들이 대립해왔다.

교육문제에 대해서 수십 년을 고민해온 필자로서는 각자 주장하는 교육해법에 대해서 귀 기울이고 여러 채널을 통하여 검증해 보았으나, 그 대부분은 교육문제의 근본 원인을 간과 한 채 교육의 목표에 쉽게 접근하려는 것처럼 보여 진다. 물론 이와 같이 교육에 대한 어긋난 해법이 정치적, 집단적, 기득권적 이해에서 출발하는 것도 교육문제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하는 요소이다.

교육 갈등을 유발하는 양론은 소위 진보교육으로 표방하는 여유교육, 평등교육, 인권교육과 보수교육이 주장하는 경쟁교육, 수월성 교육, 기능적 교육으로 대별할 수 있다. 현재의 교육시스템은 진보적 교육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극히 일부의 보수적 교육시스템을 반영하여 국민적 교육욕구를 해소하려고 하지만 그에 대한 많은 부작용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사실 양자의 주장을 들어보면 교육학적으로 볼 때 보수와 진보를 가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표면적으로는 아주 바람직한 주장들이다. 그러나 그 주장들의 이면에는 문제의 근본원인을 피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들이 숨어있다.

흔히 보수 또는 진보를 표방하는 교육기관, 교육학자 또는 교사들은 교육의 정의와 그 목표를 이론적이거나 학문적으로 접근하려 한다. 그러나 교육 수요자들은 교육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양자의 입장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고 혼란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혼란을 틈타 각자의 기득권과 이해관계가 개입된 교육해법을 제시함으로 교육적 갈등이 심화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 교육제도를 무력화 시키는 근본원인은 무엇일까? 학교를 졸업하고 어떤 형태든 취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는 임금과 근무환경 문제가 가장 중요하기에 그에 대한 현실적인 준비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사회인으로서의 '첫 출발’이라는 사회적 기반은 인생전반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과의 임금격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근무환경 및 임금차이, 연공서열의 임금제도,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한 쓸 만한 일자리의 제한 등에서 제반 교육문제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근본적인 교육문제는 정치인이나 교육자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닌 경제활동을 하는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난제인 셈이다. 지금 우리는 미래세대의 궁핍과 부자유를 담보로 한 채 '개인 혹은 집단의 기득권’을 유지하며 경제적 과실을 따 먹고 있는지 자성해야 할 때이다.

   
▲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24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항소심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예를 들어 대기업의 노동자는 자신의 임금투쟁에만 몰두한 채 동일 가치 노동의 비정규직 동료들의 임금에 대해서는 나누거나 배려를 하지 않고 모든 원인과 해법을 정부나 기업체에게 미루며 자신의 자리를 최대한 고수하려 한다. 이와 유사한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학의 강단에서는 교수와 시간강사들 사이에서, 초중고 학교에서는 정규 교사와 방과 후 학교 강사 사이에서, 정부 및 공기업도 마찬가지고 문화 예술계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갈등이 보수격차에서 벌어지고 있다.

여기서 임금을 똑 같이 나누어 갖자는 사회주의적 주장이 아닌 일한 만큼 대접 받아야 한다는 자유시장경제적 주장임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즉 어렵고 힘든 일을 하면 당연히 그에 합당한 보수를 받아야 하고 쉽고 편한 일에는 그에 따르는 열매가 주어져야 한다. 그러한 기본 상식이 지켜져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학교 졸업 후 어떤 문으로 들어갔느냐에 따라서 월급이 결정되는 비상식적 일들이 지배해 왔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자녀들을 고액연봉의 부류에 진입시키기 위한 사교육과 스펙 쌓기에 관심과 열의를 갖지 않을 학부모는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의무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업의 목표는 이윤 창출이 우선임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동일 가치의 노동에 동일임금이 주어지도록 하는 정규직 임금 체계로 전환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앞서 지적한 바처럼 귀족 노조를 결성한 대기업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오랜 세월 착취해왔던 임금을 돌려주기란 회사의 폐업보다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사회 정의 차원에서 보면 당연한 일인데도 말이다.

유일한 해법은 동일 가치의 노동에 동일임금 체계가 자리 잡도록 고액 임금노동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노동자는 기업에게 고용의 유연성을 주고 기업은 노동자와 합심하여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적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이러한 시스템이 확보된다면 무섭게 달아오르는 교육열도 진정될 것이며, 각자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기 위한 교육으로 전환될 것이다. 즉 학생들은 미래의 생존권이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민주시민으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사는 가치를 수용하게 된다.

한편 학교에서의 노동의 유연성이란 다름 아닌 학생들의 학습 선택권에서 출발하며 이는 교사의 평가와 직결된다. 적어도 노력하는 교사와 무사 안일한 교사와의 성과에 대한 차이는 사회적으로 인용되어야만 교육이 발전할 수 있다.

교육에 대한 해법이 여기까지 미친다면 진보니 보수니 다투던 당사자들은 합심하여 저항할 것이다. 그것이 교육에 대한 진정한 문제가 아닌 자신들의 이해와 결부되는 까닭이다. 그러나 현재의 달콤한 과실이 자신의 아들딸들, 그리고 후손의 고통을 배태한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동일 가치의 노동에는 동일임금이 적용되는 시스템과 노동의 유연성에 대해 공론화하고 그 해법에 대해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임금격차가 심하고 좋은 일자리 잡기가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 즉 다수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에 이른다면 민주시민의 자질은 뒷전으로 내팽개쳐질 것이고 우리 모두 피해자가 되는 사회적 갈등과 불행만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

(이 글은 자유경제원 홈페이지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