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으로 2명의 사망자와 12명의 부상자를 낸 최원종(22)이 자필 편지를 통해 구치소 생활의 괴로움을 토로했다.

9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최원종은 지난 1일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드리는 사과문’이라는 제목의 자필편지를 보내왔다. 다만 매체는 편지 내용은 최씨의 일방적 주장일 뿐 검증되지는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 지난 8월 3일 경기 성남시 서현역 인근 흉기 난동이 발생한 현장에 소방대원들이 투입돼 현장 상황을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원종은 “중학교 시절부터 소심한 성격으로 대인관계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말이 잘 나오지 않고 사고가 흐려지며 심한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대인기피증이 생겨 고등학교 진학 후에 한 달이 되기 전에 자퇴했다”며 “자퇴 이후 부모님과 싸우며 사이가 좋지 않아 대화가 단절됐다. 인터넷 커뮤니티로 세상과 소통하며 고립감을 해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저는 마치 나무의 포도를 따지 못한 여우가 포도는 맛이 없을 것이라고 자기합리화하는 것처럼,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사회 자체에 대해 증오심과 반발심을 갖게 됐다”며 “사회를 저주하는 글이나 사람을 해치고 싶다는 글을 작성해 분풀이했다”고 해명했다.

최원종은 “몇 달 전부터 지역주민들을 포함해 살고 활동하는 지역, 가게, 인터넷 커뮤니티, 게임 모든 곳에서 저를 향한 조직 스토킹이 시작돼 심각한 괴롭힘이 시작됐다”며 “언제든지 살해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장 많은 스토커를 목격한 서현AK플라자 사람들을 죽이기로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 중) 스토커만 있었던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피해자분들을 스토커라고 의심하지 않고 전부 무고한 피해자라고 생각하겠다”며 “피해자분들이 스토커였을 수도 있고 아니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저의 범행으로 흉기를 이용한 범죄가 증가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들이 저의 반성문을 읽고 흉기를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한 번 더 고민해보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제 남은 인생 동안이라도 사회에 끼친 악영향을 수습하고 좋은 영향을 전파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구치소에 한 달만 있었는데도 힘들고 괴롭다. 이런 생활을 앞으로 몇십년 더 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 정신이 무너지는 것 같고 고문을 받는 기분이다.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다 TV에 나오는 범죄자들을 욕을 하고 비난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며 “부모님 말씀대로 대인기피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했어야 했다고 후회된다”고 적었다.

한편, 최원종은 지난 3일 오후 5시 56분께 수인분당선 서현역과 연결된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앞에서 보행자들을 향해 차량을 돌진한 뒤, 차에서 흉기를 들고 내려 시민들을 향해 마구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이로 인해 2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쳤다.

경찰은 최씨가 2020년 아무런 정신과적 치료를 받지 않다가 피해망상에 빠져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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