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엘리뇨 경보, 세계 곡물생산 차질
곡물가격 및 변동성 우려, 세계 각국 식량안보 가능성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이상 기후가 심상치 않다. 폭우에 폭염, 가뭄이 전 세계를 휘몰아치고 있다. 미국의 곡창 지대에는 폭풍을 동반한 폭우로, 유럽은 폭염과 가뭄으로 농산물 생산이 요동치고 있다.

엘니뇨 경보마저 켜졌다. 엘리뇨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1.7℃ 상승하고 있다. 내년 초까지 지속될 엘리뇨의 강도도 지난 1997년 슈퍼 엘니뇨에 버금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강원 중북부를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린 지난 26일 북한강 수계 춘천댐이 수문을 열고 물을 하류로 흘려보내며 수위조절에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2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부터 내년까지 세계 곡물생산은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상여건이 현재보다 악화될 경우 추가 하향조정이 불가피하다.

최근 곡물가격과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모습이 불안하다. 소맥, 옥수수 등 가격이 6월 이후 큰 폭으로 상승 한 후 반락하고 있다.

시카고거래소(CBOT) 소맥선물가격은 올해 2월초부터 6월 중순까지 부셸당 5달러 내외에서 안정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6월 말 6.1475달러로 26% 급등한 후 지난 24일 5.11175달러로 16.8% 하향조정됐다.

CBOT 옥수수선물가격도 지난달 15일 부셸당 3.4825달러에서 지난 13일 4.335달러로 24.5% 상승 후 24일까지 9.5% 하락했다.

골드만삭스 원자재 가격지수(S&P GSCI) 농산물 가격지수는 5월29일 6년이래 최저인 280.429에서 한달 뒤인 6월30일 326.59로 16.5% 상승했다. 이달 24일에는 294.04로 10.0% 하락했다.

올해 농산물 전반에 걸쳐 공급감소가 걱정이다. 미 농무부는 2015~206년 세계 곡물생산을 24억7700만톤으로 전망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인 전년 생산(1537만톤)을 밑도는 수준이다.

최근 기상악화로 주요국들이 생산전망을 하향조정하고 있다. 기상여건이 현재보다 더 악화될 경우 추가 하향조정이 불가피하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농상물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단기적으로 비낱력적이라는 점이 불안요인"이라며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크게 줄지 않은 상황에서 기상악화로 생산차질이 우려되면 재고확보 등 선수요가 나타나면서 수급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농업생산국들의 이상기후로 인한 가격하락이 원인이다. 엘리뇨 등 기상여건 악화도 가격변동성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3월 이후 '엘니뇨 경보(advisory)'를 유지하고 있다. 내년 봄까지 엘니뇨가 이어질 확률을 80%로 점쳤다.

호주 기상청은 주요 엘니뇨 모니터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10주 연속 평년 대비 1℃ 이상 높다며 올해 엘니뇨가 1997년 당시의 수퍼 엘니뇨에 버금갈 정도임을 시사했다.

엘리뇨는 정상적인 해양·대기 시스템을 방해해 이상기후를 초래하며 태평양 인접국들이 취약한 것으로 호주 기상청은 평가했다.

과거에도 기상여건 악화로 곡물 등 농산물가격이 급등했다.

2990년 이후 모두 7차례에 걸쳐 곡물가격이 급상승했다. 대부분이 주요 생산국에서 가뭄, 홍수 등 기상여건 악화가 주요인이다.

문제는 일부 농산물의 생산차질과 가격상승이 타 품목으로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전체 시장 상황이 불안해질 소지가 있다. 더욱 주요 생산국들이 식량안보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2007~2008년과 2010~2011년 가격급등 당시 러시아 등 주요 생산국들은 곡물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했다. 소지국들은 수입관세 인하 등을 통해 식량확보에 나서면서 수급불안이 가중됐다.

식량파동 발생시 취약점을 보이는 신흥국의 경우 사회적 불안이 초래될 수 있다.

오 연구원은 "글로벌 재고율이 높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해 기상여건 악화로 생산차질이 발생할 경우 안정적 공급확보 방안을 선제적 차원에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