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대학까지 모두 속물 리버럴리즘 바이러스에 오염

   
▲ 조우석 문화평론가
정치학자 양동안, 소설가 복거일도 “지금은 체제 위기” 한목소리

어제 내보낸 글 “박원순 게이트, 침묵하는 언론이 더 키운다”를 통해 나는 ‘속물적 리버럴리즘’이란 용어를 첫 소개했다. 1987년 이른바 민주화항쟁 이후 이 치명적 바이러스에 문화-법조-교육-언론이 감염됐고, 그게 지금의 사회위기를 재촉한다고 지적했다.

재확인하지만, 서울시장 박원순의 아들 박주신을 둘러싼 병역 의혹 앞에 이 나라의 전 언론이 쉬쉬하는 사회문화적 배경이 바로 그렇다. 국가파괴의 광기(狂氣)에 다름 아닌 국정원 죽이기에 몰두하는 언론과 야당의 뇌구조 속에서도 그 원리가 맹렬히 작동 중이라는 요지였다.

좋다. 이 사안을 놓고 나는 두 차례 더 글을 쓰기로 했다. 기회에 끝을 보자는 작심인데, 첫째 속물적 리버럴리즘이 얼마나 한국사회에 널리 퍼져있는지를 오늘 밝히겠다. 둘째 그 용어를 처음으로 썼던 선구적 지식인 양동안 선생에 대한 합당한 경의(敬意)를 후속 칼럼에서 표하려 한다. 그게 후학으로 올바른 태도라는 판단 때문이다.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불법사찰의혹진상조사위 위원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했던 회사를 각각 검찰에 고발하면서 “국민 휴대전화를 도청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으나, 그걸 곧이곧대로 들어줄 국민은 드물다./사진=미디어펜
1등 신문이 부끄러운 줄 모른 채 쓴 사설 하나

본래는 양 선생에 대한 글을 바로 쓰려했는데, 오늘 7월28일자 조선일보 사설 ‘결백 고백해도 믿어주지 않는 국정원의 부끄러운 현주소’를 보고 마음을 바꿨다. 또 한 번 놀랐다. 어이가 없었는데, 이런 지면이야말로 속물적 리버럴리즘의 전형이다. 이른바 1등 신문이 부끄러운 줄 모른 채 이런 사설을 매일 같이 내보내다니!

그 사설은 온 세상이 정보기관을 때리는 현 상황을 짐짓 걱정한다. 이렇게 날뛰는 건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35개국 종 한국밖에 없다는 소리도 잊지않고 곁들인다. 그러면서도 결국은 국정원 탓이라는 게 결론인데, 이게 여간 우습지 않다.

“국정원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로 사설은 마무리된다. 그래? 그럼 물어보자. 국정원이 검찰수사를 받는 게 이 정부 들어 세 번째인데, 그게 국정원 탓인가? 단행본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의 저자 한희원의 지적대로 2012년 대선에서 참패한 야당과 언론의 애먼 분풀이에 다름 아니라는 걸 세상이 알고 있지 않던가?

“그들은 대권쟁취를 이루지 못한 허탈감을 분풀이할 시빗거리를 절실하게 바라고 있었다. 어떤 것이라도 좋았다. 불공정했다는 핑계를 댈 수 있다면, 국가안보 같은 것은 동화 속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다.”(17~18쪽)

그게 진실이다. 일주일 전 나는 자유의 적(敵)인 ‘외로운 늑대’론을 펼친 바 있다. ‘국정원 죽이기’에 몰두하는 언론에 세뇌된 당신, 인터넷 악성 댓글에 매달리는 당신이 혹시 국가공동체를 파괴하는 외로운 늑대 즉 내부의 적은 아닌가를 물었다. 그렇다면 최근 조선일보야말로 내부의 적 영순위로 분류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조선일보 얘기는 여기까지다. 속물적 리버럴리스트들은 민주화세력 내지 양심세력으로 위장한 좌익에게 관용을 베푸는 대신 공동체 안의 작은 문제를 침소봉대해 거품을 무는 습관이 있다는 걸 기회에 다시 귀띔해드리고 싶을 뿐이다.

‘빨간 물’이 든 역사교과서에서 연 4만 종의 단행본

문제는 조선을 포함한 언론은 물론 사회 전 부문이 속물적 리버럴리즘에 오염됐다는 점이고, 그래서 안타깝다. 보자. 오래 전부터 문제가 된 역사교과서들은 건국 이후 대한민국을 내리깎고 친북(親北)의 프레임으로 현대사를 온통 뒤바꿔놓고 있다. 그래서 사실상의 독극물을 교실 안에서 주입시키고 있다.

단행본 출판물도 그 지경이다. 국민을 좌파 내지 좌파정서로 물들게 하는 진원지인 그들은 연 4만 종(種)을 쏟아내는데, 상당수가 속물적 리버럴리즘에 오염됐다는 걸 아는 이들은 다 안다. 문체부가 주관하는 우수교양도서인 이른바 세종도서 선정도서에도 반 대한민국의 내용이 수두룩하다. 저자 그룹 대부분이 이른바 덜 떨어진 386정서 즉 속물 리버럴리즘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이다.

   
▲ 박원순 서울시장의 메르스 한밤 기자회견은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지역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불러왔다./사진=연합뉴스
서울대 교수 조국, 전 국회의원 유시민을 포함한 속물이 바로 그들인데, 이런‘지식 야바위꾼’들이 문화계-지식사회를 누빈다. 대형포털이야말로 이들이 노는 물이다. 그런 이유? 포털의 오너와 실무자 모두가 강남좌파 바이러스를 먹은 탓이지 뭐가 더 있겠는가.

영화 ‘연평해전’에 대한 제대로 된 리뷰가 드문 것도 그 배경이다. 속물 취향의 덜떨어진 리버럴리즘의 시각에서 볼 때 그 영화는 “예비군 정신교육용 홍보영화”에 불과하다. 그게 젠 체 하는 저들의 좁은 시야다. 그 영화가 ‘국제시장’의 대성공에 근접했다는 게 대견하고 고맙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700만 명 선을 크게 넘지 못할 게 우려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동북아역사재단, 독립기념관 등 국책연구기관도 위험천만하다. 내부에는 반 대한민국 성향을 가진 기회주의적 연구원들이 수두룩하고, 기관장은 물에 뜬 기름처럼 떠 있다가 임기를 마치기 십상이다. 이들 기관의 연구결과? 뭔가 삐딱하고, 반 사회적이기 십상이다.

인문사회과학 교수와, 문화 종사자들에게 연구비-지원비를 대주는 국가기관 두 곳도 그러하다. 한국연구재단과 문화예술진흥위원회의 경우 한 해 수 천억 원씩을 국고에서 지원하는데, 대부분이 속류(俗流) 리버럴리스트에 불과한 먹물건달-문화건달의 통장에 입금을 하곤 한다. 국민 혈세를 쏟아부어 반정부-반공동체 성향을 키워주는 꼴이다.

공무원? 그 거대한 무책임의 집단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그곳에서 머리 굵은 이들은 미래권력에 줄을 대기 바빠 현정부의 국정철학은 뒷전인 지 오래라는 것만을 일단 암시하겠다. 체제 수호(정권 수호가 아니다)의 임무 역시 그냥 장식품일 가능성도 높은데, 바로 여기까지가 참담한, 묵과 못할 우리네 현실이다. 과장 없이 그게 2015년 여름 우리 현주소다.

누릴 건 다 누리면서, 막상 대한민국에 나 몰라라?

이 대목에서 소설가 복거일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속물적 리버럴리스트를 그는‘이념의 무임승차자’라고 말한 바 있다. 그들은 한국사회에서 누릴 것은 다 누리면서, 막상 대한민국 가치를 지키는 건 외면한 자들이고, 공짜 점심을 너무 당연시하는 부류라는 뜻이다. 추상적 얘기가 아니다. 한국에서 가장 글로벌한 기업인 삼성전자 직원을 포함한 대기업의 사원들도 그러하다고 복거일은 내게 말했다. 그의 고향인 충남 아산의 삼성 탕정단지가 그러하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삼성 직원들이 무더기로 아산시장 야당 후보를 찍어주는 게 관례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그게 왜 잘못인지도 모른다.

복거일이 공식석상에서 그런 올바른 지적을 하면 당장 “왜 당신은 재벌, 대기업을 옹호하느냐”는 비난이 들려오는 게 이 나라의 현실이다. 관념의 사치를 즐기는 그들이 안쓰럽다. 생각 따로, 삶 따로의 거대한 인지(認知)부조화의 늪은 그 자체로 위험하다.

문제는 사회 전체가 그 지경이라서 체제위기와 항구적 불안사회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싶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다. 우리 시대 주요 지식인 양동안-복거일 선생의 목소리를 빌어 잠시 세상을 항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평소 하고 싶었던 포괄적인 발언이었는데, 다음 번에는 양동안 선생에 대한 오마주를 표하는 글로 마무리를 하려 한다. 관심 바란다. /조우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