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번과 몰타 회동 직후 모스크바행…김정은·푸틴 만남 공유받을 듯
일대일로 포럼·APEC 정상회의 앞 중러 정상 및 미중 정상 회동 주목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러 정상회담이 끝나자 미국과 중국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17일 몰타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전격 회동했다. 왕이 부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하기 직전 미국이 불러 세운 격으로 왕 부장은 18일엔 러시아로 출발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난다. 

북러 군사협력이 가시화되고 북중러 연대 가능성까지 떠오르자 미국이 갈등 관계인 중국에 관여하면서 견제에 나섰다. 중국도 미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만나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이번 왕이 부장의 설리번 보좌관 및 라브로프 장관과 만남은 미중 및 중러 정상회담을 논의하는 자리여서 더 주목된다.

설리번 보좌관과 왕이 부장은 12시간동안 얼굴을 맞댔다. 18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지난주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놓고 양측이 격론을 벌였다고 전했다. NYT는 “양국 모두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였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그런 만큼 양측이 팽팽했던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이 회담에서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극복할 수 없는 한계선”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참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중국경제 디리스킹(위험 제거) 공세와 남중국해·대만 문제로 중국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왕이 부장도 공세적인 태도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도 그동안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이어 다음달 베이징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통해 세력 확장을 꾀하면서 대미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특히 중국은 지난 3월 숙적 관계이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을 설득해 정식 외교관계 수립을 이끌었다. 또 기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회원인 브릭스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를 합류시키는 성과도 거뒀다. 
  
이번에 왕이 부장은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의 초청으로 18~21일 열리는 제18차 양국 전략안보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러한다. 하지만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청하는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성격이 더 크다. 러시아 외무부도 13일(현지시간) “왕 부장과 라브로프 장관이 18일 모스크바에서 만나 최고위급 및 고위급 접촉을 포함한 광범위한 양자협력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동시에 왕이 부장은 러시아에서 최근 북러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만약 북한에 이어 중국도 우크라이나전쟁을 수행 중인 러시아에 무기 지원 등을 약속하면서 북러 협력에 가담한다면 우려하던 동북아 신냉전 구도가 심화될 수 있다.

미국은 지난 2월 중국 정찰풍선의 미 영공 침입사건 등으로 갈등을 겪으면서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특사,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을 잇따라 중국에 보내 양국관계를 관리해왔다. 중국도 러시아에 대규모 군사 지원을 피하는 등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기존 미중 전략경쟁 구도에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국제정세에서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당장 올해 안에 미중 정상회담을 비롯해 한중일 정상회담 등의 개최 여부에 특히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이번에 왕이 부장과 설리번 보좌관이 서로의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신경전을 벌였지만 결국 정상회담을 위한 회동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관건은 중국의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 여부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이 관리 국면을 유지하며 경쟁을 이어갈 수 있다. 이번에 왕 부장은 “미국은 미중 3개 공동성명을 준수하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진 않지만, 어느 한쪽에 의한 일방적인 상황 변화도 원하지 않는다고 했으며,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불특정 지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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