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논란 국외추방자에 수여…북한 인권 눈감은 반정부적 행태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신은미에게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여한 이유

‘북한 김정일 찬양’ 및 ‘종북 토크콘서트’ 등으로 세간에 물의를 자아내고 끝내 국외로 추방됐던 신은미 씨가 29일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수여하는 한겨레통일문화상을 받았다. 특이한 것은 주최 측인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외부에 시상식 일정을 알리지 않고 비공개로 진행했다는 점이다. 작년에는 시상식 당일 오전 11시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개최되었다. 행사 공개 여부는 주최 측의 자유이기에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지면 낭비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왜 신은미 씨에게 한겨레통일문화상을 수여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자로 신은미 씨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5.24 조치의 문화적 피해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5.24 조치로 인해 경제적인 피해를 입은 남북경협위원회와 문화적 피해를 입은 신은미 씨를 공동선정했다는 설명이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정부의 5.24 조치가 비현실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5.24 조치는 2010년 당시 천안함 사태와 관련하여 취해진 대북조치다. 2010년 3월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폭침당한 천안함 사태 및 금강산 부동산 몰수조치에 대응하여 정부는 단호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했다. 5.24 조치의 요지는 ▲북한선박의 해역 운항 전면 불허, ▲남북교역 중단, ▲국민들의 방북 불허(개성공단 및 금강산지구 제외),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진행 중이었던 사업의 투자확대 금지, ▲대북지원 사업 보류 등으로 정리된다.

   
▲ '종북 논란' 속에 지난 1월 한국에서 강제퇴거당한 재미동포 신은미(54)씨가 6월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강연에서 심경을 밝혔다. 신은미 씨가 '6·15공동선언실천 일본지역위원회' 주최로 도쿄 기타(北)구에서 열린 '통일 토크 콘서트' 행사에서 강연하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5.24 조치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 북한은 계획적으로 기습공격을 감행, 천안함을 폭침시켰다. 금강산에 투자했던 부동산 등 우리나라 기업의 재산 등을 강탈했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정부는 5.24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천안함 폭침 당시 북한 잠수정기지에 대한 반격을 가하지 않았지만, 정부는 천안함 폭침 두달 뒤 당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를 시행했다.

“신은미 씨에게 왜 한겨레통일문화상을 줬느냐”에 대한 해명으로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신은미 씨는 5.24 조치의 문화적 피해자”라고 답했다. 5.24 조치의 원인제공자는 분명 북한임에도 불구하고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5.24 조치를 단행한 대한민국 정부가 일종의 가해자라는 전제로 이러한 변명을 내놓은 것이다.

이쯤 되면 5.24 조치에 대한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의 인식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대체 어떤 곳이길래 대한민국 정부가 가해자라고 생각할까.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어떤 곳인가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한겨레신문이 1995년 재단설립 캠페인을 시작해 1996년 창립한 재단법인이다. 한겨레통일재단은 학술, 문화, 교육, 국제교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민족 화해와 통일을 이루고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정착에 기여함을 그 목적으로 삼는다. 구체적으로는 갈등해결 아카데미 운영, 남북 어린이 평화교류 지원, 동아시아 청소년 교류사업 전개, 평화 문화운동 전개 등을 비전사업으로 잡고 있다.

임동원 재단이사장은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인사말에서 “교류협력을 활성화하고 심화 발전시켜 남북 경제공동체를 형성해 나가자”, “한반도 비핵화와 군비통제 실현해야”, “1000년 간 통일을 유지해 온 한반도가 아직 분단을 지속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크나큰 수치”라는 문제의식을 밝히기도 했다.

   
▲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자로 신은미 씨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5.24 조치의 문화적 피해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5.24 조치로 인해 경제적인 피해를 입은 남북경협위원회와 문화적 피해를 입은 신은미 씨를 공동선정했다는 설명이다. /사진=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 인사말

임동원 재단이사장의 인사말과 재단 소개에서 나오는 말들 모두 유려하다. 온갖 미사여구는 다 들어있는 듯하다. 여기서 도출되는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의 기본적인 인식은 ‘남북의 분단은 민족의 수치’, ‘한반도 비핵화와 군비통제’, ‘민족화해-경제공동체 형성-평화정착’ 등으로 정리된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에게 고하다

무언가 부끄럽다고 여기는 것은 스스로 수치심을 느끼는 경우에 국한된다. 6.25전쟁 당시 김일성과 스탈린의 야욕으로 인해 온갖 고초와 생명의 위협을 겪었던 전후세대, 현재의 7080 세대는 남북 분단이 민족의 수치라고 여길지 의문이다. 오히려 김일성 사교 전체주의였던 북한식 공산주의에 적화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겪었던 지금의 2030 세대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우리나라가 북한과 같은 나라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의 수치심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할까 궁금하다.

둘째,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려면 북한 김정일이 개발을 시도한 이래 미사일 소형화 탑재 전단계까지 갔다고 알려져 있는 북핵 개발 추이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해야 한다. 한겨레신문의 재단법인이나 다름없는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지금까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관하여 어떤 입장이었는지 아리송하다. 논조가 분명한 한겨레신문은 그렇다 치고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의 모토가 한반도 비핵화라면, 5.24 조치의 피해자를 수상자로 선정하지 말고 북핵 개발에 반대하는 인사를 고려해야 한다.

더욱이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비핵화와 더불어 군비통제를 함께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지금까지 62년간 전쟁준비를 해온 적성국가와 국경을 접한 나라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상대방을 전적으로 믿고서 군비를 통제하자고 주장하는 것인가. 지난 62년간 휴전선과 NLL을 지켜온 국군은 평화를 담보하는 도구다. 군대가 없으면 상대국가에게 침탈을 당할 수밖에 없다. 65년 전 이를 소홀히 하여 6.25전쟁이 일어났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북한이 침략전쟁의 망상을 다시금 꿈꾸게 만들자는 것인가.

   
▲ 2일 한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공포정치로 인해 북한 간부들의 동요·이탈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마지막으로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부르짖는 ‘민족화해-경제공동체 형성-평화정착’, 모두 좋은 말이다. 여기에 두 가지만 덧붙이고자 한다. 북한 지도부와 북한 인민은 분리해서 고려해야 하며, 세계 최악으로 손꼽히는 북한 인권에 대해서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김일성부터 김정일, 지금의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북한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로 작동하는 나라가 아니다. 지도층으로 인해 온갖 숙청과 수탈, 다면 감시로 인한 공포정치가 횡행하는 사회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북한 정치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살인과 고문, 인권 침해 실정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김일성'을 신으로 모시는 전제국가다. 김정일과 김정은은 그 유지를 받들어 핵무기와 시장통제를 기초로 나라를 운영한다. 경제공동체를 형성해서 평화를 정착시키자는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의 취지는 좋다. 하지만 이대로 탈북자나 인권 참상 등 북한의 실상을 외면하면 할수록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의 시상 취지는 ‘종북’이라는 세간의 낙인과 조롱을 계속해서 야기할 것이다. 비단 신은미 씨의 사례뿐만 아니다. 과거 역대 수상자도 마찬가지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였다. ‘역시나 한겨레’라는 말을 언제까지 들을 것인지 궁금하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