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일대일로 포럼 계기 방중 직후 방북 가능성 주목
영향력·균형추 갈래길에서 셈법 복잡해진 中행보 관건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에 입성하면서 8박9일 방러 일정을 모두 마쳤다고 북한 노동신문이 2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10일 오후 평양을 출발해 12일 새벽 러시아 국경도시인 하산역에 도착했으며, 13일 오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당도해 이날 북러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후 김 위원장은 하바롭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를 돌면서 러시아에서만 5박6일간 일정을 마치고 17일 러시아를 떠나 18일 새벽 두만강역을 통과했다. 

이번에 북한과 러시아는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으며, 러시아는 무기거래 의혹을 부인하고 나섰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이 19일 주한 러시아대사를 초치하고 “북러 간 군사협력을 즉각 증단하라”고 촉구하자 안드레이 보르소비치 쿨릭 주한대사는 같은 날 러시아매체에 “북러 간 군사협력에 관한 주장은 근거없는 추측”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20일 “북러 정상이 만나기 몇 개월 전부터 양국간 군사거래가 이뤄지는 것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고 응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미 북러 정상회담 직전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 지원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또 김 위원장의 러시아 내 일정이 콤소몰스크나아무레의 ‘유리 가가린’ 항공기공장, 블라디보스토크 크네비치 군비행장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태평양함대 기지 등 주로 군사 관련 시설 방문에 맞춰진 점에서도 군사협력 의혹은 커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이를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당장 다음달에도 중국을 포함해 북중러 3국간 고위급 회동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우려가 커진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7일 '러시아 공식친선방문' 일정을 마치고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했다고 노동신문이 18일 보도했다. 2023.9.18./사진=뉴스1

북러 간 ‘위험한 공조’의 다음 행보는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10월 17일로 예정된 중국 일대일로 포럼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다. 앞서 러시아는 김 위원장의 방러 시점부터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을 예고한 바 있다. 시 주석과 중러 정상회담을 마친 푸틴 대통령이 곧바로 북한을 방문할지 여부에도 눈길이 쏠린다.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을 거쳐 곧장 평양으로 향한다면 북중러 3각 연대 강화를 드러내면서 또다시 미국을 압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를 위해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조기에 성사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 계획은 10월 초로 예상되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북한 방문을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또 북한이 앞서 두 번 실패한 뒤 10월에 재발사하겠다고 예고한 군사정찰위성의 발사 준비 과정에 러시아의 직접적인 도움이 있을지 여부도 관심사다. 사실 우주발사체 관련 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유사성이 있어 위성개발 협력만으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다. 여기에 러시아는 북러 정상회담 이전 “김 위원장과 유엔 제재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는 회담 이후엔 “대북제제 선언은 안보리가 한 것이며, 북한과 평등하고 공정한 상호작용을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 러시아 방문을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저녁 평양에 도착했다고 노동신문이 20일 보도했다. 김덕훈 내각총리, 조용원 당비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김정은을 맞았고, 인민군 명예위병대(의장대)가 사열행사를 진행했다. 2023.9.20./사진=뉴스1

이와 함께 러시아의 대북 정제유 및 식량 지원, 북한의 노동자 송출을 비롯해 북러 간 새로운 경제협력이 시작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나진항과 하산역을 잇는 철도 개보수 재개, 하산 관광특구 개발을 위한 북러 접경지역 도로 건설 등이 언급된다. 러시아산 석탄 및 기타 화물의 수출이 재개될 수도 있고, 북한이 증산을 강조하고 있는 밀농사에 러시아의 지원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향후 북러 간 밀착 행보의 관건은 중국이다. 러시아가 북한과 밀착하는 것이 중국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하다는 분석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처음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북러 사이의 일”이라며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지만 18일 왕이 외교부장이 러시아를 찾아 외무장관을 만났다. 이에 앞서 왕이 부장은 16~17일 몰타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만났다. 

처음부터 중국이 북러 밀착에 적극 가담하지 않은 것처럼 우크라이나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의 입장은 여전히 다르다. 하지만 북러 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나누고 싶지 않은 중국의 셈법은 점점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시 주석을 초청해 미중 정상회담을 열고 싶어하는 미국과 기싸움도 필요한 중국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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