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가장 큰 원인은 ‘성장 가능성’
[미디어펜=백지현 기자]“모든 자동차가 우리 배터리로 달리는 그날까지, 휘발유를 대체하는 그 순간까지 SK배터리팀은 계속 달립니다. 나도 같이 달리겠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충남 서산에 위치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설비를 기존 대비 두 배 규모로 증설하는 공사를 완료하고 본격 상업생산에 돌입했다고 29일 밝혔다./SK이노베이션

지난 29일 기자가 찾은 SK이노베이션 서산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화성동 한 켠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배터리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긴 친필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04년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시장상황 등의 요인이 뒷받침되지 않아 제대로 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사업을 접어야 할 만큼 위기를 겪다 지난 2010년 최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배터리 시장 진입을 결정했다.

최 회장의 의지는 실행으로 이어졌다. 지난 2012년 5월에 완공된 서산공장은 연간 300㎿h 용량(전기차 1만5000대 분량)의 배터리를 생산하다 이달 700㎿h(3만대 분량) 생산 수준으로 기존대비 2배 규모로 증설하고 24시간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이곳에는 400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전기차 배터리 생산은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는 자동공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람은 거의 볼 수 없었다. 공책만한 크기의 셀이 완성되면 고객의 요청에 따라 23도 실온에서 최조 2주에서 18일가량의 에이징 테스트와 고온의 에이징을 거쳐 고객사에 전달된다.

김유석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부장은 “이번 증설은 기아자동차의 전기차 쏘울 EV와 중국 베이징자동차의 전기차 EV200, ES210에 대한 공급물량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기차(2703대) 가운데 절반가량 해당하는 1056대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탑재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이 직면해 있는 배터리 시장은 녹록치 않다. 국내시장에서의 수요는 생각보다 크지 않고,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세계시장은 이미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또한 국내 경쟁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도 따돌려야 한다. 배터리 사업에 먼저 뛰어든 것은 SK이지만, 현재는 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 생산규모에 밀리고 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지난해 각각 중국 난징과 시안에 연 10만 대(LG화학), 4만 대(삼성SDI) 규모의 공장 건설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이 이처럼 만만치 않은 사업에 뛰어든 가장 큰 원인은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정철길 사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배터리 사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포기는 없다”며 배터리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지난해 말 취임한 정 사장이 가장 먼저 투자를 결정한 사업도 서산 배터리 공장 증설이다.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전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더욱 강화되는 추세에 발맞춰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PHEV)와 순수 전기차(BEV) 시장의 성장세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2020년에는 중국시장에 전기차 500만대가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은 “향후 전기차 시장이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유럽과 미국 등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PHEV와 BEV의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높이고, 기존 고객의 내실을 다진다면 2018년쯤에는 세계적인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