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증빙서류 제대로 없이 억대 지급…책임지는 자세 필요

서울시의회 송재형 의원이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항공료 부당지급 규모가 1억 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의혹만 분분했던 10년간의 항공료 지급내역 52건을 전수조사한 결과라고 한다. 28일자 동아일보는 부당지급된 항공요금의 규모가 1억3천여만 원에 달하며, 그 중에 몇몇 사례는 정감독 측의 고의에 의한 허위청구 의혹이 짙다고 보도했다.

올초에 언론을 통해 부분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만 해도 시민들은 어쩌다 실수 정도로 가볍게 여겼다. 정 감독을 횡령으로 고발한 어느 시민단체는 그의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동아일보의 보도 내용은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감독. /사진=연합뉴스
2009년 5월 한국에 마물던 정 감독 부부가 갑작스레 열흘 정도 이탈리아 로마를 다녀온다며 항공요금을 청구했다. 사실은 집에 다녀온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 로마 산타체칠리아 교향악단을 지휘하러 갔다는 것이다. 서울시향측은 “당시 정 감독이 산타체칠리아 교향악단을 지휘한다고 알려주지 않아 정확한 사정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향 공연일정을 알아보니 2009년 5월 마스터피스시리즈IV(5/3), 상암원드컵공원의 찾아가는 음악회(5/4)로부터 시작하여 부산 마산등 지방공연(5/19-21)까지 일곱 차례의 공연이 계획되어 있었다. 공교롭게도 5월 5일부터 15일 사이에 열흘 정도 일정이 비워져 있고, 정 감독의 로마공연은 5월 9일부터 12일 사이에 이루어진 사실이 확인되었다.

송재형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총 8건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녀들의 사적인 여행을 위해 항공요금을 지급한 사례도 여러 건 발견된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보아주려고 해도 서울에서 뉴욕을 다녀온 자녀들의 항공스케쥴이 서울시향의 공연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 자유청년연합(대표 장기정)이 지난 27일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예술감독을 사기,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쳐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보도에 의하면 대부분의 항공료가 정 감독의 일방적인 청구서 또는 항공운임증명서 외에는 증빙서류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공사 구분이 모호한 정 감독의 항공료 청구태도, 서울시향에 알리지 않고 이루어진 불분명한 해외지휘 일정 등...... 이미 확인된 사실 만으로도 평범한 시민들로서는 마음이 불편하지 그지 없다. 시간당 6천원이 안 되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서울시향이 운영되고 있다. 하루 저녁에 5천만 원의 지휘료를 받는 정 감독이다.

그동안 항공료 스캔들에 대한 정 감독의 대응도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시민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법률적인 대응을 할 수도 있다며 법률대리인을 내세워 경고하는 식이었다. 더 이상 이러한 자세로는 시민들의 사랑을 받기 어렵다.

서울시민들은 아직까지도 정 감독의 재능을 사랑한다. 그가 지휘하는 공연에 한번이라도 다녀온 사람은 모두 그의 팬이 되곤 한다. 그러한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쿨하게 사과하면 된다. 정 감독의 인생에 이번 일이 원숙한 음악세계로 진입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김정욱 국가교육국민감시단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