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성동규 기자]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내에서 세 명 중 한 명이 갑질 고충을 겪고 있는데도 여전히 이와 관련한 실태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인영 의원실 제공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로부터 제출받은 산하 25개 출연연의 갑질 실태조사 결과 올해 8월까지 실태조사를 마친 기관은 25%에 불과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 6곳이었다.

올해 아예 조사계획이 없는 곳도 있었다. 국가녹색기술연구소,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등이다. 

2019년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출연연은 2020년부터 자발적으로 갑질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 조사를 마친 출연연 중 결과 정리까지 마친 나온 3곳(생명연, 화학연, 전기연)의 갑질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니 조사에 응한 366명 중 31%인 115명이 갑질 등 고충을 경험해본 적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갑질 행태로는 인격 비하 등 비인격적인 대우를 하거나 부당한 업무지시를 하는 경우, 연구성과를 편취하는 경우, 직장 내 따돌림이나 욕설 등 다양했다.

지난해 9개 출연연에서 이뤄진 실태조사에서도 20% 넘는 응답자가 갑질 경험이 있다고 응답할 정도로 출연연 내부의 갑질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녹색기술연과 항우연도 각각 28.8%, 25%의 직원이 갑질 경험을 토로했지만 이들 기관은 올해 실태조사를 할 계획이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대다수 출연연은 실태조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출연연들의 실태조사는 처음 이뤄진 2020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예정 사례를 포함해 61건 정도밖에 되지 않고 특히 생산기술연구원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갑질 실태조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상당수 출연연 직원이 폭언과 비인격적 대우, 부당한 업무지시로 고통받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일들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음에도 남의 일처럼 바라보며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출연연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출연연들은 연구소 내 벌어지는 갑질 행위에 책임 있는 자세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NST는 갑질 등 고충과 관련해 실태조사 내용을 기관 평가 결과에 반영해 출연연들이 스스로 실태를 파악하고 조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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