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잔액 급증…연체율 경고등 울려
[미디어펜=백지현·류준현 기자] 은행권 대출금리가 또 다시 들썩이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여파로 은행채 금리가 오르는 데다 은행권 수신경쟁까지 맞물려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연 7% 문턱을 넘어섰다. 고금리 상황에도 내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들의 대출이 꺾이지 않는 가운데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책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고금리 상황에도 주담대 대출이 꺾이지 않으면서 이에 대한 정책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김상문 기자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상단금리는 이미 연 7%를 넘어섰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22일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는 연 4.270~7.099%를 기록했다. 주담대 변동금리가 7%를 넘어선 것은 지난 12월(연 7.603%) 이후 9개월만이다.

주담대 금리는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장금리도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을 지속해 2% 수준까지 낮추기까지 가야 할 길이 멀다"며 물가안정 필요성을 거듭 밝히며 긴축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여기다 올해 하반기 고금리 예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자금조달 필요성이 커진 은행권의 수신금리 경쟁도 대출금리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은행 예금금리가 올라가면 조달비용 증가로 이어져 대출금리 상승이 불가피하다. 올 9월 이후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정기예금의 규모는 118조원에 달한다.

은행권은 지난해 9월 불거진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움을 겪자 수신금리를 높여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해 10~12월 예금은행의 평균 수신금리는 연 4%를 웃돌았다. 기준금리(연 3.5%) 수준에 머물렀던 5대 시중은행의 최고금리도 연 4%대 문턱에 올라섰다.

대출금리가 연 7% 문턱을 넘어선 가운데 연체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예금은행 가계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예금은행 주담대(한국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제외) 잔액은 약 647조 83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634조 4480억원)보다 2.11%(13조 3820억원)가량 증가한 수치다. 거듭되는 금리 인상으로 주담대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졌음에도 내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실수요자들의 대출이 이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북 등 전라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대출잔액이 증가했다. 특히 경기도가 1년 전 대비 약 4조 4250억원 증가한 179조 4630억원으로 주요 지역 중 대출잔액이 가장 많이 늘어났다. 이어 대구가 2조 3780억원 증가한 31조 10억원, 인천이 2조 2530억원 증가한 42조 5560억원, 경남이 1조 4120억원 증가한 22조 428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출이 늘어난 건 서울과 지방에서 경기도로 거주 이전이 늘어나면서 신규 주택 입주에 필요한 대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잔액과 더불어 연체율도 적신호가 켜졌다. 올해 6월 말 주담대 연체율은 0.22%로 1년 전 0.10% 대비 약 0.12%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한은이 집계를 시작한 2019년 4분기 이후 분기 기준 최고 수준이다. 전남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연체율이 상승했는데, 가계대출 급증의 진앙지로 꼽히는 수도권에서 두드러졌다.

대표적으로 서울지역은 지난해 6월 0.11%에서 0.15%p 급등한 0.26%로 연체율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어 경기지역도 0.12%p 상승한 0.23%를 기록해 서울 뒤를 바짝 쫓았다. 그 외 부산과 제주가 1년 전보다 각각 0.13%p 0.10%p 상승한 0.26%를 기록해 서울과 동률을 이뤘다.

진 의원은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지역별로 주택담보대출과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민생금융의 부실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며 "가계대출 총액 관리와 더불어 각 지역별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연체율 지속상승의 위험에 대응하는 면밀한 모니터링과 각 금융소비자에 대한 맞춤형 민생회복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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